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전공의·의대생 보호를 이유로 조만간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전공의·의대생 보호를 이유로 조만간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수업에 불참하고 있는 의대생의 유급이 현실화하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이 임박했다는 평가다. 의료계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사직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찬성 여론을 앞세워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의대 교수들 마저 진료 현장에서 떠날 경우 대형 병원 진료가 사실상 마비돼 대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 15일 사직 여부 결정.. "전공의·의대생 제재하면 사직서 제출" 89.4%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14일 저녁 8시 온라인 회의를 열고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을 논의한다.

전의교협은 앞서 이달 9일에도 비공개 총회를 열어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정부를 상대로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아직은 결정하지 않았다"며 "의대생의 유급이 현실화하고 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교수들 사이에서 '자발적 사직'이나 '겸직 해제' 등이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학생들에 대한 강의와 더불어 대학병원 등에서 진료를 '겸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겸임을 해제해 진료를 맡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의교협과는 별개로 각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은 점차 확산하고 있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는 12일 밤 회의를 열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오는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한 논의를 마치기로 했다.

19개 의대는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제주대·원광대·인제대·한림대·아주대·단국대·경상대·충북대·한양대·대구가톨릭대·부산대·충남대·건국대·강원대·계명대로, 비대위 참여 대학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서울의대, 울산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만큼 전국의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에 가세할 가능성은 작지 않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충북대학교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3일 긴급 임시 총회를 열고 오는 주말 사직 표결을 하기로 했다.

이날 소속 교수 90여명과 2시간 동안 임시 총회를 가진 비대위는 "필수 의료를 확충하고, 지방 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견에 반대하는 교수는 없지만, 현재 수단과 목적이 바뀌어 버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2000명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전공의와 학생은 돌아오기 힘들고, 교수들도 동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 사직 여부는 오는 주말 표결을 통해 정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 될 경우 상급병원의 진료는 멈출 수밖에 없게 된다. 의대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입원, 수술 등을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의 89.4%가 전공의나 의대생에 대한 제재가 있으면 사직서를 내겠다는 설문 조사가 나왔다.

14일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전체 교수(176명)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제재가 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답한 교수(123명)의 89.4%가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사직서 제출 시기에 대해서는 특정 날짜를 정하기보다는 '정부의 성의 있는 태도 변화가 없을 때', '전공의·의대생에게 실제 피해가 나타날 때' 등으로 답했다.

한림대 의대생 1학년, 유급 통지 받아… 집단 유급 현실화 되나?

이런 가운데 한림대 의대 1학년 83명이 유급통지를 받으면서 집단 유급 사태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림대 의대 본과 1학년 83명은 해부신경생물학교실의 한 주임교수로부터 "학칙에 의거, 수업일수 미달로 인한 FA 유급임을 통지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림대 학칙에 따르면 결석 허용한계(3주분 수업시간)를 초과할 경우 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해당 과목 F 학점을 부여한다. 매 학기 성적 중 한 과목이라도 학점을 취득하지 못해 F 학점을 받을 경우 유급 처리되며, 4회 유급할 경우 제적 처리된다.

'학칙상'으로는 집단 유급에 해당하지만, 학교 측은 다양한 구제 방안을 마련해 유급이 현실화하는 사태까지 번지지 않도록 막겠다는 방침이다.

'집단 유급' 위기는 한림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40개 의대 모두 학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의대는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준다.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이에 일부 대학에서는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이 등록금이라도 돌려 받을 수 있도록 휴학 처리를 검토 중이지만 교육부는 휴학 요건이 아니라며 휴학을 받아주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대학들도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의대 증원 1년 늦추면 피해 막심…대안 아냐"

한총리 "힘들어도 계획대로 추진" 이상민 "국민 89%가 의대 정원 확대 찬성"

대통령실과 정부는 국민 찬성 여론을 바탕으로 의대 증원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을 1년 뒤에 결정하고 국민대표와 전공의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비대위는 "아울러 정부, 대한의사협회(의협), 여당, 야당, 국민대표, 교수, 전공의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며 "1년 동안 제대로 된 필수의료와 지역·공공의료 살리기 패키지 정책을 수립하자"고도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1년 늦추면 피해가 더 막심해질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보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3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증원 결정을) 1년 연기하자는 것은 의료 개혁을 1년 늦추자는 것이다. 그건 생각할 대안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근거를 계속 설명하고 설득할 문제이지, 이걸 놓고 1천 명 맞다, 500명 맞다, (이렇게) 주고받고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 수석은 '전공의는 미복귀하면 정말로 면허정지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지난 2월 예고했듯이 집단행동은 불법"이라며 "업무개시명령도 내리고, 복귀하라고 알린 뒤 확인도 하고, 마지막으로 2월 29일까지 복귀하라고 최종적으로 알렸는데도 안 돌아간 거라 이건 원칙대로 간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 사직 움직임에 대해 장 수석은 "의대 교수들이 의사로 하는 일은 의료법을 적용받는다"며 "개인적, 특별한 사유가 아닌 것으로 나가면,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면 (법) 위반이 된다"고 경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13일 의대 정원 증원 폭을 2천명으로 정한 데 대해 "정부의 결정 근거는 명확하다"며 "의료계가 이제와서 과학적 분석과 협의가 부족하다느니 말하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2035년에 의사 1만명이 부족하다는 여러 전문가의 과학적 방법론에 기초한 연구 결과가 있고, 정부는 각 대학을 통해 의대 여건과 희망 증원 인원을 수렴했다"며 "의사 양성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2025년부터 2천명을 증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일부 의료계의 반발에 밀려 의료개혁을 통한 의료체계 정상화를 하지 않는 것은 쉬운 선택이고,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선택일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과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위해 지금 힘들고 어려운 선택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9%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료계를 압박했다.

이 장관은 14일 오전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이같이 밝히고 "(여론조사에서) 58%의 국민께서는 2000명 또는 그 이상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의 걱정과 불편이 커지지 않도록 비상진료체계를 빈틈없이 운영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됨에 따라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며 환자들의 고통과 국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헌법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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