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시대 넘어 ‘지속가능’한 기본권 보장 중요 판단

“감축부담 미래세대가 일방적으로 부담해선 안돼”

박서율 어린이가 기후위기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일인 지난 5월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아시아에서 최초로 제기된 ‘기후위기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29일 나온다. 탄소중립기본법과 그 시행령이 규정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이라는 목표가 불충분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지가 쟁점이다. 한국 기후 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미래세대를 위한 대표적인 환경 헌법재판 사례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한국보다 앞서 비슷한 재판을 했던 독일 등은 국가 책무를 인정하는 판단을 잇달아 내놓았다. 한국 헌재 결정을 앞두고 법원에서 독일 등 사례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법원 내 연구모임인 ‘환경법연구회’는 지난 7월 <기후위기 시대의 해외 주요 기후소송 판결 연구논문집>을 발간했다. 논문집은 독일 헌재 결정문 전문을 싣고 분석했다. 논문집을 보면, 독일 헌법재판소는 2021년 3월24일 “국가는 미래세대를 위해 보호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연방기후보호법이 일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김진하 서울고법 판사 등은 논문집에 실은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결정에 관한 검토 보고서’에서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기본권이 균형적(비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독일 헌재가 판시한 지점을 해당 결정의 주요한 의미로 분석했다. 독일 헌재는 기후변화가 국민 생명권·생존권 등 총체적인 기본권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 논의는 미래세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독일 헌재는 ‘기본법(독일 헌법) 20조 a’를 적극 해석하면서 “기본법은 국가에 기후를 보호할 의무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기본법 20조a는 ‘국가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헌법적 질서의 범위에서 입법을 통해 그리고 집행 및 사법을 통해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고 규정한다.

독일 헌재는 이 조항에 근거해 이산화탄소 감축부담을 현재와 미래세대에 균형 있게 분배하지 못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시대·세대에 걸친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가 일방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다음 세대가 급진적인 감축 부담을 떠안아 심각한 자유 박탈을 겪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낮아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커지는 건 기후·환경 친화적 삶을 살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현재 세대에서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독일연방의회는 헌재 심리에서 “독일의 노력만으로 지구온도 상승을 목표온도치 이하에서 멈추게 할 수 없고, 독일의 세계적 탄소배출량을 고려하더라도 그 영향이 미미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독일 헌재는 “비록 전 세계적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할지라도 세계적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데 일정한 효과가 있음은 분명하다”며 “다른 국가의 노력 부족을 지적하면서 책임을 회피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기후보호 명령은 국제적 협력과 연대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도 했다.

독일 결정문을 번역·분석한 김 판사 등은 “국내에선 헌법으로 ‘환경권’을 총체적인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이나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진 않다”며 “독일의 논의를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하게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후소송 헌법소원은 2020년 청소년 기후소송을 시작으로 총 4건이 제기돼 있다.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공개변론이 열렸다. 청구인 측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계획이 불충분해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커지는 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무리한 감축 목표는 되려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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