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딥페이크 관련 대화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최근 텔레그램에서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편집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생성·유포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중·고교생과 대학생, 교사, 여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입을 정신적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야권은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월 이후 공백 상태인 것을 지적하며 여가부가 아무 역할도 못하고 있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중고교생·여대생·여군 등 피해 속출.. 딥페이크 음란물 채널 가입자 22만 7천여명

최근 인하대에서 여학생의 얼굴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이와 비슷한 유형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각 지역·학교별로 세분된 다수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딥페이크 음란물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주로 SNS에 올라온 피해자들의 사진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고교생, 대학생, 교사, 여군 등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SNS에서는 딥페이크 영상물이 만들어진 전국 중고교와 대학교 이름이 수백곳에 이르고 있다.

또, 이러한 음란물이 유포되는 텔레그램 채널이 수십여개에 이르는데 채널마다 수천에서 수만명의 이용자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십만명 이상이 관여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텔레그램 채팅방 검색을 지원하는 '텔레메트리오'에서 음란물을 유포하는 대화방과 관련된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수천명이 모여 있는 대화방이 여러개 검색되고 있다.

군에서도 딥페이크 음란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27일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 가운데 여군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국방부가 관련자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텔레그램방에서는 여군을 '군수품'으로 명명하고 각 군 여군의 사진을 딥페이크에 이용했으며 딥페이크 사진을 스티커로 제공하기도 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여군을 군수품, 물질로 치환하고 오로지 성적인 존재로 취급하기 위해 군복 입은 여군들의 사진을 이용했고 이러한 행위는 과거 일본군 성노예 범죄와 맥이 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26일 성명을 내고 "수많은 구성원이 일상의 안전을 위협받는 사회, 동료 시민에 대한 집단적 모욕과 멸시가 용인되고 학습되는 사회는 존속할 수 있는가"라며 "이는 국가위기 상태"라고 주장했다.

민우회는 "지인의 사진을 보내면 5초 만에 유로로 나체를 합성해주는 텔레그램 채널 가입자 수는 무려 22만 7천여명"이라며 "이는 현 사안이 특정 텔레그램방에 직접 가입하고 불법콘텐츠를 제작·소비한 특정 개인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고도 남는 숫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사·사법기관은 법적 권한의 한계를 운운하며 디지털 성범죄와 성폭력에 대해 기계적·소극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그만두고 여성혐오와 성차별의 연속선상에 놓인 반사회적 범죄를 엄중히 처단하고 예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딥페이크 성범죄 국회 차원 대책 마련 지시… 박지현 "국가 재난 상황"

문제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딥페이크 성착취 범죄 신고는 전국에서 총 297건 접수됐는데 이는 지난해 180건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러한 범죄는 주로 10대와 20대가 벌이고 있다. 입건된 피의자 178명 중 10대는 131명(73.6%)이었고, 20대는 36명(20.2%)이었다. 즉, 20대 이하가 전체의 90%가 넘은 것이다.

이처럼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7일 오전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표는 딥페이크 범죄 근절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피해자 보호 방안과 딥페이크 제작·배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규정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며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딥페이크 범죄를 강력 처벌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2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10대 청소년들이 공포에 떨면서 SNS에 올린 자기 사진을 스스로 삭제하고 있다"며 "딥페이크 성범죄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처벌할 수 있도록 미흡한 현행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정부를 향한 공세도 잊지 않았다.

김 수석부대표는 "수사 당국은 그동안 뭘 했는지 묻고 싶다. 김건희 여사를 지키려는 노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국민을 위해 썼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월 이후 공백 상태다. 여가부가 아무 역할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모경종 의원도 "성범죄 해결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며 "불법 촬영물에 비해 현저히 낮은 불법 합성물의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거 'n번방 사건'을 공론화 시켰던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적 재난 상황을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26일 페이스북에 "전국에 있는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복 숫자를 합쳐 가해자가 22만명"이라며 "명백한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이냐.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선포하고,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텔레그램이 n번방 사건 때처럼 가해자들의 신상 협조에 수사를 거부한다면 최소한 일시적으로 텔레그램을 국내에서 차단하는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尹 "딥페이크는 명백한 범죄".. 방심위, 긴급회의 수사의뢰

윤석열 대통령도 27일 딥페이크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딥페이크 영상물은 단순 장난이라 둘러대기도 하지만,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우리 누구나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딥페이크 영상물이 SNS를 타고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미성년인 경우가 많고, 가해자 역시 대부분 10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계 당국에서는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달라"며 "건전한 디지털 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교육 방안도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관련하여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방심위는 27일 실·국장 회의, 오는 28일 전체 회의를 연달아 소집해 최근 텔레그램 딥페이크 음란물 확산 사태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방심위는 텔레그램 피해 신고 접수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경찰 수사 의뢰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텔레그램 측에도 영상 삭제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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