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학술원 예산 6억원, 내년 예산에 빠져

보훈부 “올 예산 결산·평가가 안 끝났기 때문”

광복회 “상당히 의아하고 황당하다” 반발

이종찬 광복회장이 79주년 8·15 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반쪽’ 광복절 경축식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광복회의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6억원 적게 편성됐다. 정부 비판 목소리를 낸 것에 보복성 조치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28일 내년 광복회 예산이 올해 32억원보다 6억원 줄어든 26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줄어든 6억원은 지난 6월 출범한 광복회 산하 광복회학술원의 예산이다. 공법단체인 광복회는 정부예산으로 운영된다. 당초 광복회학술원 예산은 지난해 정부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른 바 ‘쪽지 예산’식으로 추가 편성됐다.

보훈부는 광복회학술원 예산 삭감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신규 편성된 국회 증액 예산은 그해 집행된 예산 결산·평가 후 지속여부를 판단한다”며 “올해 신규 편성된 광복회학술원 예산 6억원은 아직 예산 결산·평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 정부 예산안에 편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의 아카이브 관련 예산 3억원도 내년 예산으로 잡지 않았다고 보훈부는 설명했다.

광복회는 반발했다. 광복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재양성이라는 광복회학술원 사업을 올해 잘 진행하고 있다”면서 “오는 12월까지 진행된 예산을 아직 다 안썼다는 이유로 내년 예산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상당히 의아하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현재 삭감된 광복회학술원 예산은 올해 예산 결산·평가 과정이나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광복회 내·외부에선 정부에 비판적인 광복회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앞서 광복회는 ‘뉴라이트 인사’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15일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의 기념식을 열었다. 이후에도 이종찬 광복회장은 “대통령 주변에 옛날 일진회(대한제국 시기 친일단체) 같은 인사들을 말끔히 청산하라”며 윤석열 정부에 포진한 뉴라이트 인사에 대해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광복회에 대한 보복성 조치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보훈부가 유일한 독립 분야 공법단체인 광복회 외에 순국선열유족회를 공법단체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서 ‘광복회 힘빼기’ 논란이 일었다. 지난 15일 광복회가 별도로 연 기념식에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말한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의 발언이 공법단체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보훈부는 살피고 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