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강력 수사 촉구 집회. 사진=진보당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가지고 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야당에선 현 정부가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하지 않거나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TF를 해산하는 등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9월1일이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의 날’임을 강조하면서 성범죄 종식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진보당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TF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홍희진 진보당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TF 공동단장은 “디지털 성범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은 했지만, 텔레그램 N번방 이후 만들어졌던 디지털성범죄TF를 해산시킨 것이 윤석열 정부”라며 “진보당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TF는 딥페이크 성범죄 이후 사회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을 대학가에서도 시작하겠다”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 2022년 6월 법무부는 ‘디지털 성범죄 등 대응 TF’를 공식 해산했다. 당시 TF 팀장으로 활동하던 서지현 검사는 같은해 5월 법무부에서 TF 파견 종료를 통보받고 “출장길에 짐 쌀 시간도 안 주는 모욕적인 복귀 통보”라고 비판하며 사직서를 냈고 TF위원 22명 중 17명도 서 검사를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쫓아내는 것에 항의하며 동반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 한 대학생 발언자는 “내 일상이 나도 모르는 새에 누군가의 나체사진 또는 음란물과 합성되었을까봐, 그 가해자가 내 지인일까봐 두려워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주변 분위기를 전하며 “한국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함과 두려움은 소라넷, n번방 등의 사건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제도적으로 음란물 문제를 개선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 피해 당사자는 발언 대독을 통해 “내가 공포를 느끼고도 용기내어 발언을 전달하는 이유는 어린 학생들도 당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서였다”며 “어른인 내가 이런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에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환경을 만든 당신은, 경찰은, 국회의원은,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냐”며 “피해자들이 믿는 건 수사기관밖에 없는데 그 수사기관을 못 믿어서 신고도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태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강력수사 필요하지만 그것만이 해답은 아닐 것”이라며 “그동안 이 문제가 음지에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사법체계가 이 문제를 성폭력으로, 젠더폭력으로 바라보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에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사회가 소라넷, 웹하드카르텔, 텔레그램 성착취가 여성혐오 문제였다는 것을 외면하고 온라인 남성문화 개입에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의 국면을 맞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 범죄가 특정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젠더갈등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틀렸다”라며 “여성을 동등한 동료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이 사안의 핵심이며, 아주 오랜 시간 지속돼온 구조적 성차별이 본질”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고, 디지털성범죄대응TF를 해산하는 등 성범죄 방임을 공개 선언해왔고, 사실상 이같은 범죄를 키워온 장본인”이라며 “진보당은 경찰의 강력한 수사 촉구를 위한 행동을 시작으로, 성범죄를 방임하는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고, 젠더폭력 없는 사회를 위한 더 큰 연대와 투쟁에 속도를 내겠다”라고 했다. 

▲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강력 수사 촉구 집회. 사진=진보당

더불어민주당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번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디지털 온라인 문화 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해외 플랫폼과의 국제적 공조, 처벌 강화에 덧붙여 영유아시기부터 접촉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며 “딥페이크 기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윤리적 기술 활용 감각을 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이며 AI(인공지능) 생성 콘텐츠에 워터마크 표시 또한 의무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디지털 범죄의 가장 큰 고통은 완전한 삭제 및 복구가 어렵다는 것인데 악의적 조작 영상으로 더 이상 고통받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과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땅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취하겠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9월1일이 한국 최초 여성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의 날’인 사실을 언급하면서 딥페이크 활용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한 당내 특위를 구성해 관련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1898년 9월1일 서울 북촌 양반 여성들이 평등한 교육권, 정치참여권, 경제활동 등 참여권을 주장하며 통문을 발표했는데 2019년 10월 법정기념일로 지정했고 7월 첫주였던 ‘양성평등주간’을 9월 첫주로 옮겨 함께 기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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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이재정)는 이날 성명에서 “이미 한 세기 전 정치와 경제활동 참여의 평등을 주창했지만 현재 한국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라며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4년 ‘성 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하위권(146개국 중 94위)이며, 특히 정치권한 분야가 매우 낮은 수준(성평등 달성율 22.5%)이고 성별임금격차도 28년째 OECD 회원국 중 1위(31.2%, 2022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또한 55.6%(2023년 기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여성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오래된 차별적 인식과 사회구조가 온라인 공간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디지털성범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폭력 근절과 성평등을 위한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장관을 6개월째 임명하지 않고 있고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방지 관련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며 “이번 ‘딥페이크’ 활용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해 당내 특위를 구성해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개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피해자 보호에 빈틈이 없도록 삭감된 피해자 지원 예산을 복원하고 관련 상임위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고 다시는 디지털성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전문가들과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며 “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인하며 성평등추진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성평등 사회 실현에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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