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앞두고 릴레이 단식 돌입한 철원평야 농민들

철원군 농민들이 지난달 30일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고 있다.

한 가마 17만원대까지 하락
작년보다 10%가량 떨어져
농자재값 상승에 부담 가중
“쌀값 보장·수입 중단” 촉구

1일 오전 국내 중북부 최대 곡창지대인 강원 철원 지역에 들어서자 노랗게 물든 황금 들녘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추수를 앞둔 농부들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정성껏 키운 벼를 갈아엎겠어요. 이렇게 가다간 쌀 생산 기반이 모두 무너질 겁니다.”

미곡종합처리장 앞에 삼삼오오 모여 추수 계획과 수매가 문제 등을 논의하던 농민들의 입에선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연일 쌀값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철원군 동송읍의 한 논에서 수확 준비 작업을 하던 60대 농부는 “전국 평균 쌀값이 계속 하락하면 철원평야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오대쌀 가격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에 17만6628원으로 지난해 이맘때 19만6980원에 비해 10.33% 하락했다. 본격 수확기인 지난해 10월5일 21만7552원에 비하면 17.96% 낮아진 수준이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5일 이후 10개월 연속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20만원 선을 유지하던 산지 쌀값이 5월 18만원대에 이어 지난달 17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벼 재배 농민들은 정부 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철원군농민회와 지역 농업인단체들은 최근 시가지와 농경지 곳곳에 ‘쌀값을 보장하라’ ‘쌀값 폭락의 주범, 쌀 수입 중단하라’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철원군농민회는 “쌀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데 정부는 공정가격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거부한 채 매년 국내 생산량의 10%를 넘는 쌀을 수입해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370만1913t이다. 정부는 2015년 쌀 시장 개방 이후 매년 40만8700t을 의무 수입하고 있다.

필수 농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경영난이 가중되는 와중에 쌀값마저 떨어지자 철원군농민회 동송지회 회원들은 지난달 20일부터 열흘간 동송농협 옆 공연장에서 쌀 수입 반대를 촉구하는 릴레이 단식투쟁을 벌였다. 지난달 30일에는 ‘쌀값 보장’ 등을 요구하며 미곡종합처리장 인근 논 3300㎡에서 자라던 벼를 갈아엎기도 했다.

농민 김용빈씨(61)는 “생산비 상승과 대출금 이자, 토지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거의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쌀값이 26만~30만원은 돼야 농민 소득이 어느 정도 보장돼 생산 기반이 유지될 텐데 정부에서는 ‘쌀 소비량’ 감소 타령만 하며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쌀값 내림세가 지속하자 올해 쌀 45만t을 사들여 비축하기로 하는 한편 통상 10월 중순에 발표하던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을 한 달 앞당겨 조기 발표하기로 했다. 또 농협 등을 통해 소비 판촉 활동을 벌여 10만t가량을 추가로 소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광휘 철원군농민회 동송지회장(65)은 “추수 작업을 마친 후 회원들과 협의해 10월 초부터 릴레이 단식투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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