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한수빈 기자

별건으로 구속된 피고인이 국선변호사 없이 재판이 진행됐다면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단은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또 다른 범죄로 재판을 받는 경우도 ‘국선변호인 선정 사유’로 봐야 한다”고 형사소송법 판례를 변경한 취지에 따른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지난달 31일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5월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징역 2개월 및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같은해 8월 형이 확정됐다. 이후 A씨는 구속 중에 신분을 속여 여성에게 수십만원의 돈을 받아낸 사기 혐의가 추가로 적발돼 재판을 받게 됐다. 사기 혐의 관련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고 증거조사 등을 심리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원심을 수긍했다.

재판에서 쟁점은 A씨가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 유죄판결로 구금돼 있는 경우 국선변호인 선정 없이 진행된 소송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하는지 여부였다.

형사소송법 33조 1항은 구속된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피고인이 구속된 때’는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돼 재판받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돼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도 포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재판 심리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변호인이 필요한 사건의 1심 공판절차가 변호인 없이 이뤄져 피고인 신문과 증거조사 등이 이뤄졌다면 위법해 일체의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이다”며 “원심의 소송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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