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이엔티(유진그룹)가 2023년 11월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서’에 밝힌 구절들 갈무리(왼쪽) 및 유진그룹 사옥. 

YTN 최대주주 변경 신청 과정에서 YTN 영향력과 선호도, 신뢰도를 높이 평가했던 유진그룹(유진이엔티)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취지 의결보류’ 이후 돌연 ‘YTN 등 공영방송이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11월21일자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서를 보면 유진그룹은 “YTN은 2022년 말 기준으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뉴스채널 3위”를 기록했다며 “국내 10개 이상의 뉴스채널 중 1위인 MBC, 2위인 KBS 다음으로 가장 큰 미디어 영향력을 보유”했다고 했다. “2023년 국내 15개 주요 뉴스 매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YTN이 3년 연속 1·2위권 달성”을 언급하며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 결과 그래픽 이미지를 붙였다.

▲유진이엔티(유진그룹)가 2023년 11월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서’ 갈무리. 유진그룹이  “YTN은 2022년 말 기준으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뉴스채널 3위”, “국민들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YTN이 3년 연속 1·2위권 달성” 등 YTN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칭찬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유진그룹이 YTN의 공정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더욱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밝히는 대목도 있다. 유진그룹은 “(YTN은) 향후에도 방송업계를 선도하며 언론의 공적 가치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며 “YTN은 유진의 안정적인 지원하에 방송의 공적책임 및 공정성, 공익성을 더욱 확고하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사회 공정과 미래 희망을 지향하는 방송 철학을 존중(하겠다)”면서 “최다액출자자 변경 후에도 YTN의 저널리즘 정신은 지속 유지되어야 함”이라고도 썼다. 또 “YTN은 ‘Youtube’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구축하여, 높은 품질의 온라인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높이 샀다.

▲유진이엔티(유진그룹)가 2023년 11월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서’ 갈무리. 유진그룹이 YTN의 “사회 공정을 지향하는 방송 철학을 존중”하겠다며 ‘더욱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유진이엔티(유진그룹)가 2023년 11월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서’ 갈무리. 유진그룹은 YTN의 “유튜브 경쟁력”에 대해서도 상찬을 이어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그러나 방통위가 ‘승인 취지 의결보류’ 한 뒤 유진그룹 입장이 돌변했다. 유진그룹은 지난 1월15일 350쪽에 이르는 추가자료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최초 변경신청서(172쪽)의 두 배가량인 방대한 양의 자료다. 유진그룹은 해당 자료에서 돌연 YTN이 공정성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유진그룹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 언론수용자조사>를 들며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편파적 기사(공정성 훼손)’”라며 “현재 공영방송은 공정성에 취약”하다고 했다.

유진그룹은 이어 “준공영 구조의 YTN은 20대 대통령 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총 16건의 행정 처분을 받았으며 주요 근거는 공정성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률로써 재원·운영 구조의 독립성을 확보했더라도 뉴스·시사프로그램 제작·편성 핵심 인력이 정파성을 가지면 콘텐츠 전반의 편파성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하면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며 ‘허위정보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기도 했다.

▲유진이엔티(유진그룹)가 2024년 1월1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추가 제출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관련 요청자료’ 갈무리. 유진그룹은 언론재단 조사를 들어 “공정성 훼손”을 문제삼고 있지만, 정작 해당 조사에선 다른 대목에서 YTN이 포털과 신문, 방송 매체 가운데 신뢰도 3위를 기록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유진그룹 측 비판은 나아가 공영방송 전체를 대상으로 나아갔다. “KBS, MBC, TBS, YTN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방송의 공적 소유·운영이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으며, 오히려 공정성을 저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11월13일 YTN의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인용 보도 과징금 결정을 언급했다. 그로부터 9일 뒤인 같은 달 21일 제출한 신청서 최종본에선 등장하지 않았던 대목이다.

▲유진이엔티(유진그룹)가 2024년 1월1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추가 제출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관련 요청자료’ 갈무리. 노종면 의원실 제공

유진그룹이 입장을 바꾸면서 주요 근거로 인용한 조사 결과에선 오히려 YTN이 높은 신뢰도를 보인 사실도 확인됐다. 유진그룹이 ‘공정성 훼손’을 언급하며 든 언론재단 <2022 언론수용자조사>는 YTN이 네이버·다음 포털 비롯한 포털과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 가운데 신뢰도에서 3위를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에선 뉴스매체 신뢰도에서 KBS, MBC, YTN 순으로 공영방송이 1~3위를 차지했다.

▲유진이엔티(유진그룹)가 2024년 1월1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추가 제출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관련 요청자료’ 갈무리. 노종면 의원실 제공

이은용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유진이 YTN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칭찬했다가 사후 추가자료에서 표변한 것은 유진의 ‘방송장악’ 의지를 방증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KBS와 MBC는 물론 YTN 상대로도 추진하는 방송장악 의지를 유진이 추가자료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내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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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당시 위원장 김홍일)는 지난 2월7일 유진그룹이 신청한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최종 의결했다. 그로부터 한달여 뒤 유진그룹은 YTN 김백 대표이사를 비롯한 인사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김 대표이사는 지난 4월3일 선임 사흘 만에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정부 비판 보도가 불공정했다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대대적 조직 개편에 나섰다.

유진그룹 언론담당자는 방통위에 제출한 추가자료에서 입장을 바꾼 이유 등을 묻는 질문에 “YTN 최대주주 변경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승인신청 내용과 과정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방통위에 문의 바란다”고 했다. 방통위는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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