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원내 주요 정당들이 10대 공약으로 기후공약을 제시한 것과 달리, 정작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 공약 중엔 기후공약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정치바람, 기후정치시민물결,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등 16개 국내 기후환경단체들은 지역구 후보 696명의 공약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결과를 보면, 기후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국민의힘의 경우 출마자 254명 가운데 37명(15%),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45명 가운데 95명(39%)에 그쳤다. 녹색정의당의 경우 17명의 출마자가 모두 기후공약을 제시했고, 새로운미래는 28명 중 4명, 개혁신당은 43명 중 1명에 그쳤다. 진보당의 경우 21명 가운데 10명이 기후공약을 제시했다. 지역별로는 제주 42.8%, 경남 40.5% 인천 38.5% 순으로 기후공약을 제시한 후보가 많았다.

대표적인 기후공약으론 ‘차 없는 시민을 위한 지원 정책-관리비부터 공공요금 할인까지’(서울 마포), ‘기후정책 전문 보좌진 배치’(서울 성북), ‘폭염과 혹한에도 안전한 일터-기후 안심 휴가제 도입’(경기 고양) 등을 꼽았다.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교통체계 중심의 도시기본계획 편성과 버스완전공영제 추진’(대구 수성)도 바람직한 기후공약으로 꼽혔다. 다만 제시된 기후공약 상당수는 청년패스나 케이(K)패스 같은 대중교통비 지원 정책이나 알이(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반면 상당수 후보자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반하는 개발공약을 제시하고 있었다. 후보 중 절반이 넘는 342명은 주차장 확대 공약을 내놨고, 181명은 철도와 도로의 지하화를, 196명은 그린벨트와 상수원·고밀도 개발 등의 규제 완화안을 내놨다. 47명은 새로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주차장 1면을 새로 조성하는데 서울에선 8천만~9천만원(2020년 서울시 예산 기준)이 필요하다. 이렇게 주차장을 늘리면 더 많은 차량을 통행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지난해 도심에서 1천개의 주차장을 없앴고 프랑스 파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주차 요금을 3배로 인상했다. 국회의원 후보라면 민원해결식 공약보다는 공공교통에 초점을 맞춘 패러다임 전환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종영 기후정치시민물결 운영위원은 “도로나 철도 지하화의 경우 투입 비용에 견줘 편익을 얻는 이들이 일부에 그치는 데도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 환경부 등이 비용 대비 편익 효과에 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정치바람 등의 이번 조사는 698명 대상이었으나 기간 중 2명이 사퇴해 69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정의로운 전환 등을 다룬 공약을 기후공약으로 분류했고, 온실가스를 다배출하거나 이를 위한 규제 완화안은 개발공약으로 분류했다. 중앙당의 기후공약을 그대로 싣는 경우도 기후공약으로 분류했지만, ‘기후’를 포함하면서 동시에 개발공약인 경우는 제외했다. 구체적인 공약 없이 수식어로 ‘기후’만 넣은 것도 제외했다. 단체들은 기후공약이 2개 이상만 되면, 기후공약이 있는 후보로 봤다. 이 소장은 “이렇게 기준을 낮추지 않으면 기후공약을 제시한 후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이 소장은 “사전투표 5일 전, 본선거 10일 전에야 선관위 누리집 등을 통해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공약을 접할 수 있는데 이를 살펴보고 판단할 시간이 너무 짧다. 또 원내 정당 모두 10대 공약으로 기후공약을 제시한 것에 비해 지역구 후보들의 기후공약은 너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정치바람 등은 선거 이후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기후공약만 별도로 분석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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