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에 따라 면접시험 일정 조정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불합격 처리한 대학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안식일로 정하고 세속적인 활동을 금지하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신자의 시험 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재림교 교인 ㄱ씨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소송 등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입학시험에 지원해 2020년 11월 서류전형에 합격한 ㄱ씨는 면접시험이 토요일 오전으로 정해지자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시험 일정을 같은 날 오후 마지막 순번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쪽은 모집요강에 따라 면접조와 면접순서는 무작위로 결정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불합격 처분 받은 ㄱ씨는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대학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고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 이런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국립대학교 총장인 피고(전남대)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의 수범자로서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사적 단체 또는 사인과 달리, 차별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된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할 의무와 책무를 부담하는 피고로서는 재림교 신자들의 신청에 따라 그들이 받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종교적 신념에 따라 원고가 입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해 피고가 면접시간을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제한되는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은 원고가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원고의 면접일시 변경을 거부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고, 이 사건 불합격 처분은 위법하게 지정된 면접일정에 원고가 응시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인하여 부당하게 차별받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청의 헌법상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며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재림교 교인들은 앞서 1년에 2번만 치르는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을 모두 토요일에 보는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지난해 6월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재림교 교인들이 낸 사법시험 일정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2010년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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