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만나다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서울 성동구에 있는 MYSC 사옥 ‘메리 히어(Merry Here)에서 만난 김정태 대표는 “다른 투자사와 경쟁하기보다는 ‘차이점’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서 “기존 시장이 못 보는 것들을 보려고 하다 보니 좋은 창업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수열 더버터 기자

김정태 대표가 최근 출간한 ‘당신은 어떤 월급을 받고 있나요?’는 그가 6년간 매달 직원들의 급여명세서에 실어 보낸 편지 72통이 담겨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네트워킹 현장. 김정태(47) MYSC 대표의 명함을 받아든 외국인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묻는다. “뭐 하는 회사인가요? 직원은 몇 명입니까?” “임팩트투자사인데 직원은 80명 정도 됩니다.” 질문자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확 커진다. 명함과 김정태 대표의 얼굴을 한 번씩 번갈아 쳐다보더니 한마디 한다. “대단하네요.”

MYSC는 아시아 최대 규모 초기투자사이자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다. 사회·환경적인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임팩트스타트업’을 키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한다. 9월 현재 임직원 수는 82명. 누적 투자 건수 190건에 운용자산은 900억원에 달한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사옥 ‘메리 히어(Merry Here)’에서 만난 김정태 대표는 “직원 수가 많다는 게 해외에서는 확실히 ‘와우 포인트’인 것 같다”면서 “초기투자와 엑셀러레이팅이 어려운데 꾸준히 규모를 키워왔다는 것 자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MYSC 대표직을 맡은 지 올해로 10년째다. 통장 잔고 600만원이던 회사를 지금 규모로 키웠으니 내세울 법도 한데 직함에 연연하지 않는다. “어느 자리에서든 ‘사회혁신가(Social Innovator) 김정태’라고 저를 소개해요. MYSC 대표라는 말은 그다음에 하죠. 혁신을 디자인하는 사람. 그게 제 본질이에요(웃음).”

안 될 거라는 마음을 넘어선 순간

-지난해 초에 만났을 때 ‘직원 100명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하셨는데 기억하세요.

“물론 기억하죠. 구성원 수가 많아지면 조직이 달라진다는 ‘혁신’의 원칙이 있거든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그 안에서 반드시 혁신이 일어난다는 거죠. 2018년 17명 규모였던 구성원을 2020년에 40명, 2023년에 60명까지 늘렸어요. 70명이 되면서 임계점이 왔다는 걸 느꼈어요.”

-어떻게요.

“그 시점부터 ‘창의적 혁신’이 가능해졌거든요. 지금 파트너 7명이 기존 사업에서 손을 떼고 각자 해보고 싶은 사업을 알아서 해보는 실험을 하고 있어요. 규모가 작을 땐 할 수 없었던 일이죠.”

-여전히 100명이 목표인가요.

“전혀요. 작년까지는 규모나 숫자에 집착지만 이제 그런 건 저희에게 무의미해졌어요. 얼마나 더 커지는가보다 어떤 일을 하는가가 더 중요해졌어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거죠.”

-‘폭풍 성장’이라고 할까요. 몇 년 새 정말 많이 큰 것 같긴 해요.

“2017년에 저희가 30억~40억원 정도를 운용했어요. 그때는 그것도 되게 크게 느껴졌어요(웃음). 당시 제가 직원들 앞에서 ‘우리의 목표는 운용자산 500억원입니다’라고 했더니 다들 막 웃었어요. 꿈을 크게 갖는 건 좋지만 좀 심한 것 아니냐고요.”

-그래서 화내셨어요.

“아니요(웃음). 저도 500억원이 높은 벽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3년 전에 이미 그 벽을 넘어버렸죠. 올해까지로 임팩트투자 ‘시즌1’을 마무리할 생각이에요. 목표는 투자 기업 200개, 총 운용자산 1000억원으로 잡았는데 거의 달성했죠.”

-‘시즌2’ 목표는 더 높겠죠.

 “제가 2000억원으로 목표를 잡았거든요. 그런데 신기한 게 이번에는 아무도 안 웃어요. 해볼 만하겠네, 이런 반응이었어요. 우리가 넘어선 게 그저 숫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안될 거라는 마음, 그 자체를 넘어선 거예요.”

지표 넘어 가치를 보다

김정태 대표는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사를 공부했다. 같은 대학 국제대학원을 졸업한 뒤 시민단체, 국제개발NGO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서른 살에 UN거버넌스센터에 입사했다. 첫 직장이었다. 5년간 근무하며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를 맡았다. 2011년 영국으로 건너가 헐트 국제경영대학원 소셜앙트러프러너십(사회적기업가정신) 석사를 마쳤다. 2012년 국내 최초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 회사이자 임팩트투자사를 표방하는 MYSC에 이사로 합류했고 2014년 대표이사가 됐다.

-초반에는 굉장히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2013년에 회사가 너무 어려워져서 폐업 직전까지 갔어요. 2014년 대표를 맡았는데 직원은 다섯 명이고 통장에 돈은 600만원밖에 없어서 대표 월급부터 없앴어요. 지방에 있는 마트에 가서 강의를 하고 받은 돈으로 직원들 월급을 줬어요.”

-심각했네요.

“하필이면 그 무렵에 국내 그룹사 4곳에서 임원급으로 출근하라는 오퍼가 온 거예요.”

-기로에 섰군요.

“역설적으로 그때 모든 게 명료해졌어요. 왜 나를 데려가고 싶어 하지? 우리가 하려는 일이 그만큼 값어치 있는 일인가? 남아있던 약간의 고민이 탁탁 털려 날아가는 순간이었어요.”

-그 뒤론 잘 풀렸나요.

“그럴 리가요(웃음). 굴욕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네요.”

-이야기해 보시죠.

“팁스(TIPS)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예비운영사로 합격했어요. ‘대표적인 투자 사례가 뭐냐’는 질문을 받고 이런저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대뜸 ‘그게 투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되묻는 거예요. 그런 거라면 사회공헌사업을 하면 되지 왜 굳이 투자를 하느냐고요. 순간적으로 너무 창피했지만 속으로 삼켰죠. 우리가 맞다는 걸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어! 제가 반골 기질이 있거든요.”

-어떤 곳에 투자를 하셨길래요.

“발달장애인과 경력보유여성에게 AI 분야 일자리를 제공하는 ‘테스트웍스’가 대표적이에요.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라고 큰소리쳤는데 지금 너무 유명한 회사가 됐죠. 그래서 가설을 하나 세웠어요.”

-어떤 가설인가요.

“전문가가 안 된다고 하는 곳에 혁신의 기회가 있다는 거죠(웃음). 그렇게 투자한 데가 다회용기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래시버스터즈’죠. 대기업과도 협력하면서 엄청나게 잘되고 있죠.”

-반골 기질이 있는 건 확실하네요.

“초창기에는 ‘투자 백그라운드’가 없었던 저희를 낮게 보는 시선도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투자사와 경쟁하기보다는 ‘차이점’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지표를 넘어 기존 시장이 못 보는 것들을 보려고 했죠. 여기에 왜 투자를 안 했을까. 투자를 못 받은 이유가 나중에는 성공의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런 투자들이 하나씩 쌓여서 저희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죠.”

사내혁신가 80명이 이끄는 회사

김정태 대표가 최근 출간한 ‘당신은 어떤 월급을 받고 있나요?’는 직원들에게 보낸 72통의 편지를 엮어 만든 책이다. 그는 매달 급여명세서를 보낼 때 직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급여명세서에 편지를 쓸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일을 하면서 아무리 큰 사회적가치를 만들어내도 급여명세서에는 그게 보이지 않잖아요. 단지 숫자와 화폐 가치로만 평가받죠. 원래는 기업의 ‘ESG리포트’처럼 재무적 가치와 비재무적 가치가 통합된 급여명세서를 발행하고 싶었는데 그에 앞서 ‘이야기’를 담아보기로 했어요. 함께 공감하고 성장할 수 있는 내용으로요.”

-직원들의 반응은요.

“너무 좋았죠. 답장도 많이 받았고요. 지금도 하고 있어요. 살짝 힘들긴 한데 직원들 피드백이 오니 중단하기도 어렵고(웃음).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키우는 일이니까요.”

-사람을 키운다?

“2018년에 별 기대 없이 미국 ‘파타고니아’ 회사를 방문한 게 전환점이 됐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인터널 임팩트(Internal impact)’였어요. 밖으로 위대한 임팩트를 만들면서 동시에 내부의 임팩트도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였죠. 소셜임팩트를 외치면서도 정작 직원들에게는 해준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직원들을 ‘사내혁신가’로 키우는 프로젝트를 가동했어요.”

-조직에 변화가 나타났나요.

“사내혁신가들이 집단적으로 에너지를 내면 회사가 돈을 벌게 됩니다. 작년 매출은 100억원을 넘었고 올해는 160억원을 바라보고 있어요. 매출도 매출이지만 조직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바뀝니다. 지금 MYSC에는 글로벌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내혁신가 80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향후 테마는 글로벌이 되겠군요.

“서울-베트남-태국-싱가포르-일본-프랑스-미국으로 연결되는 ‘MYSC 네트워크 오피스’ 계획하고 있어요. 다양한 국적을 가진 투자자들이 이미 MYSC의 주주로 합류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유럽에서 펀드를 만들고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할 생각이에요.”

김정태 대표는 “규모에 집착했던 예전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기여 ’한다는 마음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마음을 바꿨더니 관계가 달라졌어요. MYSC를 ‘친구’로 맞아주는 나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10년 뒤에는 아마도 전 세계 어디에나 MYSC의 친구들이 있을 거예요. 우리를 초대하고 환대해 주는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MYSC의 사내혁신가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겠죠.”

-대표님의 10년 뒤는 어떨까요.

“글쎄요. 여전히 ‘사회혁신가’ 김정태로 살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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