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오학수 박사 인터뷰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있는 프리랜서를 보호하기 위한 특정수탁사업자의 거래 적정화 등에 관한 법(프리랜서법)이 오는 11월부터 일본에서 시행된다. 프리랜서법은 ‘거래조건 적정화’와 ‘취업환경 정비’라는 두 분야로 구성돼 있다. 거래조건 적정화에는 서면으로 거래조건 명시·기일 내 보수지급, 취업환경 정비에는 괴롭힘 방지·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배려 등이 규정돼 있다.

한국 정부도 최근 영세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를 지원·보호하기 위한 노동약자 지원·보호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제회 등 상호 부조 활성화 지원, 법적 분쟁 발생 시 상담·조정 지원, 표준계약서 마련, 경력 인증, 보수 미지급 위험 최소화 등이 법안 골자다. 전통적인 노동관계법에서 배제된 이들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일본 프리랜서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지난 10일 영상으로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61)을 만나 일본 프리랜서법의 의미와 한계, 비임금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2021년 3월 발표한 ‘프리랜서 가이드라인’의 토대가 된 실태조사를 맡았던 노동 전문가다. 그는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프리랜서 계약이든 근로계약이든 사업주가 부담하는 노동비용이 차이가 없도록 해야 노동자들이 노동관계법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는 흐름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일본 프리랜서법은 거래조건 적정화뿐 아니라 괴롭힘 방지에 관한 제도 정비 등 노동법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일본에선 15년 전쯤부터 괴롭힘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후생노동성 노동상담 통계를 보면 예전에는 해고, 노동조건 저하 등이 많았는데 최근엔 괴롭힘이 크게 늘었다.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은 이들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 괴롭힘이 프리랜서법에 포함됐다. 거래조건 적정화는 공정거래위원회·중소기업청, 취업환경 정비는 후생노동성이 담당한다.”

- 일본 프리랜서법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프리랜서법이 거래의 절차적 측면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 프리랜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계약 내용과 관련해 거래 당사자 간 대등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제시해 이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이 없어 아쉽다.”

와타나베 마사시 우버이츠 유니온 집행위원장이 지난 7월17일 도쿄 주오구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 도쿄도 노동위원회는 2022년 11월 우버이츠 운영사가 우버이츠 유니온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반기웅 기자

- 한국 고용노동부는 노동약자 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프리랜서법과 다른 점은 프리랜서뿐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라 해도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된다. 사용종속 관계가 명확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노동약자 보호법 대상에 끼워넣으면 법 체계가 이상해질 우려가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근기법을 전면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 일본 프리랜서법과 한국 노동약자 보호법 모두 프리랜서가 실질적으로 노동자이지만 형식적으론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돼 있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아 오분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의한다. 한국은 배달의민족이 가장 큰 사업자인데 일본은 우버이츠다. 후생노동성 의뢰로 프리랜서 사례조사를 할 때 보니 우버이츠 배달라이더는 전통적인 노동자와는 다른 유형이지만 시스템적으론 사용종속 관계에 있다. 자유롭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낮은 평가가 쌓여 애플리케이션 계정이 정지되면 더 이상 일을 못한다. 사업주가 사회보험료를 아끼려고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위장시키는 걸 막기 위해 근로감독을 통한 오분류 시정이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예전 노동자성 판단 기준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 기존 노동관계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프리랜서 등을 어떤 방식으로 보호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나.

“노동자성 판단 기준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은 이 규제를 빠져나갈 궁리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맺으면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하고 임금과 별개로 사회보험료, 퇴직금 등을 부담해야 하니 프리랜서 계약을 맺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사업주가 어떤 고용형태를 선택하든 같은 노동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비임금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배달라이더와 위탁계약을 맺든 근로계약을 맺든 들어가는 비용이 같으면 플랫폼 업체로선 득 볼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직접고용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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