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사진=KBS

11일 KBS 13기 이사회에서 직제규정 개정안이 긴급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박민 KBS 사장이 긴급안건으로 제출한 직제규정안에 대해서 KBS의 다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외에도 KBS노동조합과 같이노조 등 사내 각 노조가 모두 반대 의사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박민 KBS 사장이 “자신의 임기 내에 꼭 바꾸어야 할 것”이라면서 긴급안건의 이유를 설명했고 소수 이사들의 반대에도 서기석 이사장이 자신의 권한으로 안건을 상정했다. 박민 KBS 사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이날 이사회가 시작되자마자 여권 이사와 야권 이사들의 실랑이가 오갔다. 지난 4일 이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에 야권 이사(소수 이사) 4명이 참석하지 않고 신임 이사진에 대한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한 기자회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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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범 이사(다수 이사)는 “지난 4일 야권 이사(소수 이사)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사들에 대해 ‘위법적’이라고 발표하고 ‘원천 무효’라고 말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었던 정재권 이사(소수 이사)는 “이 자리에 계신 이사 일곱 분이 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이 아니라 선임 과정 자체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해결하자는 취지”라며 “또한 소수 이사들의 우려처럼 오늘 이렇게 조직개편안이 안건으로 긴급하게 올라온 것 자체가 우리의 우려를 객관화 시켜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사석 대화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KBS 본관 앞에서 위법이라고 하시는데 그 말을 들은 7명의 이사들은 어떻겠느냐, 술자리도 아니고”라면서 “오늘 불편하실 것이다. 저도 (그날) 불편했듯”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기자회견을 했던 이상요 이사(소수 이사)는 “우리가 설왕설래하기보다 사법부가 어떻게 판단하느냐 따르면 될 것”이라 말했다. 11명의 이사들은 서로 통성명을 하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후 안건으로 올라온 ‘직제규정 개정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야권 추천 KBS 이사들(왼쪽부터 정재권, 이상요, 류일형, 김찬태 이사)이 지난 4일 오후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KBS 이사회 개최 및 이사장 선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 신청한 방통위 KBS 새 이사 추천 및 대통령 임명안 재가 효력정지에 대한 법원 판단을 촉구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소수 이사들 “임기 끝나는 사장이 직제규정안 상정, KBS를 건 도박”

이사들은 ‘직제규정 개정안’이 긴급 안건 요건을 충족하느냐에 대해 논의했다. 김찬태 이사(소수 이사)는 “직제규정안은 촌각을 다툴 사안이 아니고 긴급 안건이라는 요건을 갖추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요 이사(소수 이사)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는 사장이 서둘러 직제개편을 하는 것을 지적했다. 이 이사는 “보통 조직개편은 경영 책임자의 임기 말에 하지 않는다. 이사회도 굉장히 곤혹스러운 것이 지금 사장님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며 “다른 사장이 오게된다면 그 사장이 조직개편을 이어 갈지 뒷감당은 어떻게 할지, 이사회가 섣불리 판단하기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류일형 이사(소수 이사) 역시 “지난 이사회에서 조직 개편안이 철회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이 안을 올린 것은 이사회를 경시하고 농락하는 것 아니냐”며 “소수 이사뿐 아니라 다수 이사도 반대를 하셨던 건이고 다수 노조뿐 아니라 KBS노동조합과 같이노조 역시 반대를 하고 오늘도 반대피켓팅을 한 사안”이라 말했다. 이어 “이렇게 조직개편을 한다면 KBS를 건 커다란 도박”이라고 말했다.

정재권 이사(소수 이사)도 직제개편안이 긴급하게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박민 KBS 사장. ⓒ연합뉴스

박민 KBS 사장 “급변하는 환경, SBS는 1년에 3번도 바꾸는데”

박민 KBS 사장은 “저의 연임과 상관없이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직제와 직급체계 개선”이라며 “이번에 변화를 해야만 또다른 후임 사장이 와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대로 놔둔다면) 문제가 커져 3년 이내로 KBS는 자본 잠식이 될 수 있다. 개선이 되어야지 자본잠식을 막을 수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지금 바뀌어야지만 상반기부터 시행하고 하반기부터 변화될 수 있다”며 “SBS는 1년에 3번도 바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지난번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준 의견을 수렴해 수정한 안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이사님들의 의견과 조직원 의견을 수렴해 수정안을 제출했다”며 “3번이나 수정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방송인프라, 방송네트워크 구역이 낸 성명에 따르면 “수정안은 겨우 기술본부 내 1개 국만을 살린 것이 전부”이고 “사실상 기술본부 내 제작기술센터를 없애고, 국을 대폭 줄인 부분은 그대로다. 또 다른 꼼수로 이름만 살짝 바뀌었다. 제작기술2국은 생방기술국으로, 제작기술1국은 그냥 제작기술국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래방송기술기획 기능과 인하우스 방송시스템 구축 기능을 한 통 속에 몰아넣는 것”이라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수정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KBS 임시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피케팅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서기석 이사장 “이사장 권한으로 상정가능하다 법률 자문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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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민 사장 발언 이후 서기석 이사장은 “상정 권한은 이사장에게 있다”면서 긴급 안건을 상정했다. 서기석 이사장은 “정식적으로 법률 검토를 했다. 사내 법무실과 법무법인 두 곳 등 3곳에 법률 해석을 의뢰해 이사장에게 안건 상정 권한이 있다는 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서기석 이사장의 권한으로 직제규정 개정안이 상정된 후 이후 논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직제규정 개정안이 상정된 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제작기술 1, 2구역은 성명을 내고 “경영진이 주장하는 방송인프라본부의 신설은 그 목적에 맞게 조직이 개편되었는지 의문이다. 업무 성격이 전혀 다른 기술관리국과 미디어인프라국을 합치는 것이 과연 득이 될지, 오히려 실이 더 크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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