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가을배추 면적 18%

가뭄에 폭우·호우 직격탄

김장철 수급 영향 가능성

배추 주요 산지 중 한 곳인 전남 해남의 배추밭이 지난 주말 내린 폭우로 상당한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해남은 김장용 가을배추와 겨울배추의 최대 산지다.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이 2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금배추’가 김장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해남군에 따르면 화원면과 황산면, 산이면 일대 배추밭 611㏊가 지난 주말 내린 폭우로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가을 해남 전체 배추 재배면적(4299㏊)의 14%에 이른다.

해남에는 지난 21일 시간당 100㎜ 안팎의 극한 호우가 내렸다. 하루 동안 최대 328.5㎜의 폭우가 쏟아졌다. 배추밭에는 폭우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어른 손바닥 크기로 자란 배추들은 토사에 덮여 쓰러졌다. 이랑을 덮은 비닐이 벗겨진 곳도 많았다. 급류에 쓸려온 돌이나 플라스틱병 등도 배추와 함께 밭에 나뒹굴었다.

해남에서는 폭우가 내리기 직전인 이달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8월 말과 이달 초 밭에 옮겨 심은 배추 모종의 10% 정도가 이미 고사하는 피해도 입었다.

이날부터 배추 피해에 대한 정밀조사가 시작된 만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배추가격 안정을 위한 작목전환 사업을 통해 평년보다 재배면적이 314㏊ 줄어든 상황이다.

김효수 전국배추생산자협회 회장(68)은 “올해 배추 농사는 가뭄에 말라 죽고, 폭우에 휩쓸리는 등 그야말로 이중고”라면서 “해남 재배면적의 25% 정도가 폭염과 폭우로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해남군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배추 주산지다. 11월부터 출하되는 김장용 가을배추는 전국 재배면적의 18%, 12월부터 나오는 겨울배추는 63%를 차지한다. 해남의 배추 생산량이 급감하면 김장철 배추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해남군 관계자는 “망가진 배추밭에 다시 모종을 심기에는 시기가 늦었다”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김장철 배추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해 수입 방침을 발표하면서 농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수입 배추가 시장에 풀리면 배추가격이 내려가 폭염과 폭우로 이미 피해를 본 농가들이 또다시 큰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정부가 수입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배추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서 “농민들이 이미 피해를 본 상황인데 가격이 내려가면 밭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다. 결국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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