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와 대한배드민턴협회 관련 현안질의가 24일 국회에서 열렸다. 박주호 전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가운데)이 현안질의에 참석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 김성룡 기자.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및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 회장이 받고 있는 업무방해 및 업무상 배임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13일 서울경찰청에 정 회장을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서민위는 정 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임명을 강요하며 협회 업무를 방해했다는 입장이다. 서민위는 이후 KFA가 7월 13일 클린스만 전 감독 후임으로 홍명보 당시 울산 HD 감독을 공식 선임하자 재차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및 홍 감독 선임에 반대한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에 대한 협박 혐의로 고발했다. 이임생 KFA 기술총괄이사도 같은 혐의로 종로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전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선 여야 모두 KFA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동네 계모임만도 못하다”며 질타했다.

다만 이같은 감독 선임 과정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노종언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감독 선임 과정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이력이나 자격 요건 등 다른 평가 요소에 조작이 있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런 부분은 없어 보인다”며 “협회에서 감독을 선출할 때 공무원 임용처럼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 아니라면 ‘불공정하다,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만으론 구체적인 혐의가 입증되기 어려울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업무방해죄 성립 요건을 구성하기 위한 눈에 띄는 위력 행사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법무법인 정향 이승우 변호사는 “업무방해는 확연히 눈에 드러나는 위력이 있어야 한다”며 “정 회장이 폭행, 협박 등으로 감독 선임을 강요하거나 위력으로 축구협회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정 회장의 판단에 잘못이 있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또 업무상 배임 혐의가 인정되려면 감독 선임과 계약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드러나야 하는데 정 회장 측에서는 클린스만이라는 네임 밸류가 있는 인물을 나름의 근거와 프로세스를 두고 선출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상사의 강압적인 행위도 위력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있으나 혐의 입증에 다다르기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해석도 있다. 법률사무소 송명의 변상일 변호사는 “형법 업무방해죄의 위계·위력에는 경제적 지위를 이용한 사회적 압박도 포함된다”며 “여기에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 회장이나 사장의 압박도 포함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이런 상황이 인정되는 사례를 찾기 어렵긴 하다”라며 “모든 임원들이 상사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진술하지 않는 이상 (혐의를) 입증하기는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음달 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홍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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