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21년 4월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총선 개입 의혹 주요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 대선 전 여론조사를 통해 윤 대통령 등에게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1년 명씨가 자문으로 있던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PNR(피플네트웍스)에 의뢰해 실시한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를 보고하며 윤 대통령과 가까워졌다는 주장이다.

경향신문이 29일 2021년 미래한국연구소가 의뢰하고 PNR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다른 기관 조사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3월28일부터 7월4일까지 미래한국연구소와 머니투데이는 PNR에 의뢰해 총 13건의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표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자문을 맡았던 회사이자 공천개입 의혹의 또다른 핵심인 김영선 전 의원이 2019년까지 대표로 있던 곳이다.

첫 조사인 2021년 3월27일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로 윤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4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8%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보다 21.7%포인트나 앞선다고 집계된 것이다(유선전화 RDD 20%, 휴대전화 가상번호 80% 무작위 추출 방식을 통한 유무선 자동전화응답 조사. 응답율 8.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2021년 3월30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PNR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4%, 이재명 대표 지지율을 21.1%로 집계했다(응답율 8.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4월19일 이후 전국으로 대상을 확대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 대표를 항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19일 윤석열 34.0% 이재명 27.6%, 5월3일 윤석열 32.9% 이재명 25.9%, 5월9일 윤석열 34.3% 이재명 24.7%, 5월16일 윤석열 35.1% 이재명 28.3%, 5월23일 윤석열 35.7% 이재명 28.1%, 5월30일 윤석열 36.0%, 이재명 25.9%, 6월6일 윤석열 35.7% 이재명 25.7%, 6월13일 윤석열 39.1% 이재명 26.2%, 6월19일 윤석열 33.9, 이재명 27.2%, 6월26일 윤석열 32.7% 이재명 25.5%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지지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21년 3월30일부터 4월1일까지 실시한 갤럽 조사에서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지지율이 각각 23%로 동률을 기록했다(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6%). 이후로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져 같은해 7월 조사까지 최대 3%포인트 안팎에서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했다.

명씨는 자신이 여론조사에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자에게 보낸 서명원 PNR 대표와의 통화 녹취에서 “여론조사는 OOO이 다 돌리고 (나는) 여론조사 프로그램이나 코드나 SPSS 프로그램을 사용할지도 모른다”며 “미래한국연구소에서는 영업수당 10원도 안 받았다. 그거 다 도와주고도 10원도 안 받았다”고 주장했다. SPSS는 통계분석, 데이터 수집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같은 시기 논란이 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당대표 후보 지지율 1위 조사도 나왔다. 마찬가지로 미래한국연구소와 머니투데이가 PNR에 의뢰해 2021년 5월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20.4%로 직전 조사 2위를 기록한 지 일주일 만에 선두를 차지했다. 해당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은 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

이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명태균 사장의 여론조사 결과치를 통한 설득이 제 전당대회 출마의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동시기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시 통계적으로 튀는 결과는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2022년 6·1 지방선거와 함께 열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의창 지역에 당선된 김 전 의원의 공천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9일 명씨가 2022년 5월9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라고 말했다고 녹취파일을 인용해 보도했다. 김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명씨가 대통령 부부에게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명씨는 김 여사 초청으로 통화 이튿날 열린 윤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공천과 관련해 명씨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정치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김 전 의원 공천이 결정될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이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에게 공천을 일임했다는 입장이고, 윤 의원은 “원칙에 따라 김 전 의원이 공천됐다”며 공천 과정에 외부 압력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인용된 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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