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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백모씨(37)가 지난달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 단지 앞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백모씨(37)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였다는 취지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권성수)는 30일 살인 및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백씨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백씨는 지난 7월29일 오후 11시27분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날 길이가 약 75㎝인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 A씨(43)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숨진 A씨는 9살과 4살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백씨는 ‘살인은 정당방위’라는 주장을 펴며 “김건희, 한동훈, CJ가 지난 3년 동안 저를 죽이려 위협해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실이 먼저 인정돼야 제 과격행위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백씨 측 변호인은 “살인 혐의에 대해선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며 “총포화약법 위반과 관련해선 도검 사용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백씨는 약 3년 전 직장에서 퇴사한 뒤 정치·경제 기사를 접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망상에 빠졌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자주 마주치던 A씨가 자신을 미행·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백씨의 범행을 망상에 의한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하면서도, 철저하게 계획된 점으로 미뤄볼 때 심신미약으로 볼 수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백씨는 지난달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에도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유족들은 검찰이 백씨의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언급하자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 A씨의 아버지는 “백씨는 죄도 없고,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을 악랄하게 죽였다”며 “아들의 죽음이 너무 억울해 한이 맺히고 원통하다. 이 한을 꼭 풀어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는 재판 이후 취재진을 만나 “피고인이 여전히 죄를 뉘우치지 않고 변명하고 있어 유감이고 분노스럽다”며 “오늘 공판은 피고인에게 법정 최고형이 선고돼야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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