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던 중 항의하던 보수단체 회원들을 향해 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지난달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결심 공판에서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진성씨의 ‘말’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김씨가 이 대표로부터 ‘위증을 부탁받았다’고 말한 것이 진실인지 여부를 놓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다. 검찰은 이 대표와 김씨 사이의 통화녹취록을 제시하며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지만, 이 대표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김씨 진술이 번복됐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재판 중 하나인 이번 사건을 두고 재판부가 ‘김씨의 말’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재명 위증교사 수사 시작은 어떻게?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변호사였던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파크뷰 의혹’을 최철호 KBS PD와 함께 취재하면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2018년 선거방송 토론회에서 이 사건에 대해 “검사 사칭이 아니라 누명을 썼다”고 말해 다시 기소됐다. 이번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였다.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씨가 “이재명이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후 이 대표는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다시 소환된 건 검찰이 지난해 2월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으로 김씨를 수사대상에 올리면서였다. 수사과정에서 나온 김씨와 이 대표 간의 통화 녹취가 단서가 됐다. 이 대표가 재판 증언을 부탁하는 듯한 대화였다. 조사 초기 김씨는 통화 등과 관련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위증은 아니라고 했다. 검찰은 같은 해 3월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영장은 기각됐다. 그런데 이후 김씨의 진술이 바뀌었다. 김씨는 “현직 도지사의 요구를 차마 거부하기 어려워 위증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변호인단 “김진성 진술 번복, 합리적 의심”

이 같은 김씨의 ‘바뀐 말’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됐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지난달 30일 결심공판에서 첨예한 설전을 벌였다.

검찰은 “이 대표는 재판 증인신문 하루 전날 변호인을 통해 김씨에게 신문사항을 제공하고 숙지하도록 했다”며 “이는 다른 위증 사례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치밀한 수법이고, 수험생에게 답안지를 제공해 만점을 받게 한 것과 같다”고 밝혔다.

반면 이 대표 측 변호인단은 김씨가 검찰 첫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이 대표가 기억과 다른 사실에 대한 증언을 요청했다고 생각하지 않은거냐’ ‘법정에서 기억에 반하는 증언을 하지 않았냐’는 검사 질문에 ‘네’ 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김씨 진술이 검사가 원하는 대로 말이 바뀐다”며 “김씨의 진술 번복에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했다. 통화녹취에 대해서도 “검찰의 짜깁기”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김씨에게) 사건을 재구성하라는 게 아니라 기억을 되살려 보라고 했다”며 “명색이 도지사라는 사람이 100% 믿을 수도 없는 사람에게 위증해달라고 했다가 어떻게 되겠는가. 위증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위증교사범 무겁게 처벌, 재판부 판단은

검찰은 위증 혐의로 기소한 김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위증교사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법원 판례는 통상 위증교사범을 위증사범보다 더 무겁게 처벌해왔다. 위증을 행한 사람보다 이를 시킨 사람이 더 죄질이 나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양형기준도 위증을 하게 하고 그 위증이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면 더 엄히 처벌하도록 권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선고일을 다음 달 25일로 예고했다. 재판부가 김씨의 ‘바뀐 말’의 진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갈리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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