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응급실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의료 공백이 장기화면서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 484억원 가량이 지출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야당에서는 “정부가 의정갈등을 촉발하고 그 수습은 지자체에 떠맡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전국 지자체가 의료 공백 대응을 위해 편성한 재난관리기금은 총 1081억9900만원이다. 지난 4일 기준 이 중 484억6900만원을 썼다. 서울이 325억55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지출했다. 이어 경기 50억800만원, 부산 21억2200만원 순이었다. 대전과 전북은 집행률 100%를 기록해 편성한 기금을 모두 썼다.

재난관리기금은 각종 재난의 예방 및 복구에 따른 비용 부담을 위해 지자체가 매년 적립하는 법정 의무 기금이다. 행안부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난 지난 2월 이후 ‘보건의료 분야 국가핵심기반의 마비’를 재난으로 판단하고 각 지자체에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을 비상 진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재난관리기금의 용도·운용 및 관리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재난안전법 시행령 제75조의2는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해 의료기관의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지방재원으로 재난관리기금 및 의무예치금액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행안부는 이미 각 지자체가 재난관리기금으로 의료 공백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특례를 신설하게 된 데 대해 “관련법상 공공의료기관 등 공공 분야에 제한적으로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하는데 민간병원에도 지원하기 위해 ‘의료법 제3조 제2항 제1호 가목, 같은 항 제3호 가목·바목’ 등을 명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대란이 장기화하자 공공병원에 더해 민간병원 지원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상식 의원은 “정부가 촉발한 의정갈등으로 혈세가 500억원 가까이 낭비됐다”며 “지역의료 강화 등을 위해 의료개혁을 한다면서 의료공백 수습은 지자체에 떠맡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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