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와 대통령실이 의정갈등 해결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대통령실이 의대 증원 논의 과정에 의료계의 입장을 청취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패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앞서 한 대표가 이달 초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카드로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했으나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간극을 좁히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한 대표는 의사단체와 만남 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하며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거부하며 한 대표를 한 차례 '패싱' 했고,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제안하며 연거푸 '패싱'한 것이다.

사실상 한동훈 대표와 대통령실이 의정갈등 해결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되는 가운데 의사단체는 정부의 사과를 먼저 요구하고 있어 이들의 참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직속이 아닌 법제화된 추계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며 관련 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한동훈 주도 '여야의정협의체' 패싱하며 주도권 다툼

한동훈 "여야의정협의체가 해결기구" 친한 김종혁 "따로 하겠다는 오해 생길 수도.. 적절하지 않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9일 언론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하고 의대 정원 증원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 입장을 청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의료개혁특위에서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구성 방향과 운영계획에 대한 심의가 완료됐으며, 전문가 10~15명 규모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구에서는 의대 졸업생 수와 인구구조, 건강보험 자료 등을 토대로 의료 인력을 추산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의사 인력 규모를 결정하는 데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 달라는 의료계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의사 단체에 과반수 추천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대표는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이달 초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상태다. 이를 위해 의사단체와 종교단체를 두루 만나며 협의체 출범에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지난 24일엔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를 추진하기도 했다. 의사단체가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경질'을 요구하고 있어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이를 직접 요청하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독대 요청을 거부해 이러한 논의는 무산됐고, 몇일 후 대통령 직속 '의료수급 추계기구' 설치를 발표한 것이다. 사실상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한 대표를 패싱한 셈이다.

이에 대해 친한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여야의정 협의체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다른 추계기구를 만들겠다고 하면 이걸(협의체를) 무력화시키고 따로 하겠다는 거구나 이런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적절한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직접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동훈 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야의정 협의체가 해결의 창구"라고 못박았다.

그는 "정부가 추계를 하는 방식에 대해서 여러가지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구를 만든다면 잘못된 건 없다고 본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어 "여야의정 협의체는 의료분야에 관한 광범위한 논의를 의제 제한 없이 여야의정이 모두 모여서 하는 기구"라며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핵심 창구는 여야의정 협의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가 여야의정 협의체를 패싱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모든 것을 그렇게 사극식으로 해석하지 말라"며 당정갈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앞서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29일 기자들과 만나 "의료개혁특위는 8월30일 이미 1차 개혁안을 냈는데 9월 말에 추계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가지고 갈 건지 구체화해서 발표하겠다"며 "패싱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정부 가는 길을 안된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며 "의료개혁특위가 가는 건 가는 것이고 하지만 의료계가 받지 못한다는 것이니까 그걸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게 정치 역할"이라며 서로 다른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특위랑 우리랑 대치되는 상황이 아니다. 대화의 창구로 이해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국힘 지도부, 정부에 "여야의정 협의체 쉽지 않다" 의견 전달?

일각에서는 이번 대통령실의 발표에 국민의힘 지도부의 요청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도부 인사 중 일부가 대통령실에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30일 헤럴드경제는 여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인사는 "여야의정 협의체(출범이) 쉽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의료사태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협의체에서 만족할 만한 결론도출이 어렵다는 의견들이 있어 해당 조직을 출범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여당 내부 분위기를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달 가까이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 대표에게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를 거부한 것이 명백한 시그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는 것이 확인된 만큼 여야의정 협의체는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저는 전달한 적이 없다"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의사단체 "정부 사과가 먼저" "전공의, 의대생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으나 정작 의사단체는 대화에 나설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논의를 위한 대통령실의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 계획을 환영했으나 정부의 사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30일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등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행해 현재의 의료대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며 "정부가 분명한 입장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한 모든 논의에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도 "의료계의 요청사항이 많이 받아들여진 것 같고, 의료계 추천 인사를 절반 이상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좋은 일"이라면서도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는 정치적인 타협을 하는 기구가 아니라 정책을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데 힘을 쓰는 기구"라며 "추계기구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전공의나 의대생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 "의료인력 추계기구 대통령 직속 안돼.. 법제화해야"

야당인 민주당은 대통령 직속기구가 아닌 법적 근거를 갖춘 추계 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민주당 의료대란 대책 특별위원회(특위)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이 직속 의료개혁특위 산하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두겠다고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민주당은 의료인력 추급 추계위원회를 설치를 법제화하고 구성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위는 "지금의 의료대란은 윤석열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 그리고 정책 실패로 시작됐다"며 "윤석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위 산하에서 나온 결과는 그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2025년 증원 2천명이 과학적이고, 결정 과정도 합리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왜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가 이제서야 필요한가"라며 "스스로 주장을 뒤집는 모순이다.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의료대란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국회 및 의료계와 대화에 나설 태도를 갖추기 바란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적극 협조하고 시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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