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대생들의 조건부 휴학을 승인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이 8개월째 수업을 거부하며 휴학 골든타임이 임박하자 결국 교육부가 '조건부 휴학'을 승인했다. '내년 복귀'를 조건으로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신규 의사 배출에 차질이 없도록 현행 6년제인 의대 과정을 5년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교육기간이 줄어들면 의사 양성을 위한 충분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의대, 이달 초 휴학 승인.. 타 의대로도 확산 조짐

교육부, 내년 복귀 조건으로 휴학 승인.. 1년 공백 감안 6년제 → 5년제로 조정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는 휴학계를 낸 학생들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1년 치 과정을 모두 가르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난 2일 휴학 승인 결론을 내렸다. 이는 정부의 '의대생 동맹 휴학 승인 불가'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의 휴학 승인 결정이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하며 고강도 현지 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다른 의대들도 휴학 승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고 이날 대책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대책안은 그간 기본원칙이었던 '동맹휴학 불허'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2025학년도 복귀를 조건으로 휴학을 승인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휴학중인 의대생들이 내년에 복귀하더라도 1년치 의료 인력 배출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대학과 협력해 교육과정을 단축·탄력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즉, 현재 예과 2년·본과 4년 등 총 6년인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금을 의대생 복귀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밝힌 이 부총리는 "대학이 이 시기에 (학생) 복귀를 위한 마지막 노력을 최대한 해주길 바란다"며 "한 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고 복귀시키겠다는 큰 방향에서 대책을 내놨다"고 밝혔다.

집단휴학을 승인한 서울대를 겨냥해서는 "대학도 개인적 판단으로 복귀를 결심한 학생들이 집단적인 분위기로 복귀에 영향받지 않도록 자유롭게 학교로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의사단체 "의대 교육 부실 고착화 우려" 전공의 대표 "내년 신입생도 올해와 비슷할 것"

하지만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의대생들이 내년에 강의실에 복귀해도 '과밀 수업'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1학년 학생들에 내년 신입생까지 더해지면 7500명이 수업을 듣게 된다. 현재 3000명 수준에 맞춰져 있는 교육 인프라를 감안하면 제대로 된 수업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현행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최대 5년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안도 수업 정상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의료계는 이날 정부의 발표에 대해 "학생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졸속 대책"이라고 비판하며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정부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의 발표는 헌법 제31조 4항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침해하는 것이며,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의대생에게서 무참히 뺏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위반하는 개인의 자유, 자기 결정권을 박탈하면서까지 유급과 제적을 운운하는 것은 교육부 스스로도 이대로는 내년도 교육이 불가함을 알기 때문"이라며 "전체주의 체제 독재국가에서나 있을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대의 경우 학칙에 군휴학, 육아휴학 등 규정을 두고는 있으나, 이를 제외하고 휴학을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아니다"며 "휴학 사유에 정당하거나 부당한 것은 있지 않으며, 학생의 '휴학할 자유'를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복귀 조건 승인은) 학생의 휴학할 권리와 헌법에서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이므로 교육부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의 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학사일정만 억지로 끼워맞춰 부실교육을 감추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시일이 촉박해지니 이미 비정상인 의대 교육의 부실화를 고착시키려 한다"며 "교육부의 잇따른 무리수 대책에 극렬히 공분하며 정부의 선 넘은 폭거를 엄중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육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부실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의대생에게만 휴학을 허용하지 않는 게 현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이냐"며 "(의대생) 복학은커녕 내년 신입생들도 선배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대생 단체도 "초법적"이라고 반발하며 휴학계 수리를 촉구했다.

7일 40개 의대 학생들이 모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가 전일 휴학계 승인에 대한 전제를 걸고 휴학 기간을 제한하는 등 초법적 내용을 발표했다"며 "이는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강요,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적법하게 제출한 휴학계를 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또 '의대 교육 5년 단축안'에 대해서는 "조기졸업 형태로 된다는데 1월에 개강해서 1년 내내 빈틈이 없는 의대 학사일정에서 어떻게 그러한 형태가 가능한가"라며 "말도 안 되는 땜질식 처방은 의학 교육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복지장관 "의대교육 6→5년, 사전 협의 없었다"

전날 교육부의 발표는 보건복지부와도 협의가 안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교육부의 의대 교육과정 단축 검토 방안에 대해 "사전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도 "학사 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인력공급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부의 고민이 담겼다고 이해한다"며 "중요한 것은 의료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은 "교육과정 단축으로 의료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질 낮은 의사가 배출돼서는 안 된다"며 "질을 떨어뜨리면서 교육 기간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