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열린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 제도' 시행 관련 브리핑에 펜타닐 관련 제품이 놓여져 있다. 뉴스1

환자 한명이 병원 34곳에서 수면제인 졸피뎀을 1만1207개 처방받는 등 마약류 오남용으로 의심되는 ‘의료 쇼핑’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피뎀 뿐 아니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 등의 의료용 마약류를 병원 여러 곳을 돌며 처방받는 사례가 드러나 환자의 투약 이력을 확인해 오남용을 방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를 많이 처방받은 환자 상위 20명은 총 52개 의료기관에서 1인당 평균 5658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전체 환자의 평균 처방량(260.5개)의 약 22배 수준이다.

대표적인 수면진정제(최면진정제)인 졸피뎀은 처방량 상위 20명이 전체 평균(88.3개)의 60배에 달하는 5315개(1인당 평균)의 약을 처방받았다. 펜터민 등의 식욕억제제는 상위 20명이 1인당 평균 4950개의 약을 처방받아 전체 평균(198.4개)의 25배에 달했다.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ADHD 치료제), 졸피뎀(최면진정제), 펜터민 등(식욕억제제)을 가장 많이 처방 받은 상위 20명의 처방 현황. 자료 전진숙 의원실

의료용 마약류는 의료현장에서 불안 증상 완화, 통증 관리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오남용할 경우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환자가 여러 병원을 방문해 처방을 요청하면 별다른 제재 없이 처방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 오남용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졸피뎀, 메틸페니데이트, 식욕억제제(펜터민 등)를 각각 많이 처방받은 상위 20명(총 60명) 가운데 38.3%(23명)는 3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약을 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다닌 환자도 3명이었다.

가장 많은 의료기관을 방문한 상위 5명 중에는 총 34곳에서 465번에 걸쳐 1만1207개 졸피뎀을 처방받은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환자는 의료기관 32곳에서 139번에 걸쳐 졸피뎀 3619개를 처방받았고, ADHD 치료제 8658개를 13개 의료기관에서 54번에 걸쳐 처방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여러 의료기관을 다니며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는 환자들을 줄이려면 의사가 환자의 투약 이력을 빠르게 확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진숙 의원실이 식약처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의사가 의료기관의 처방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의 투약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약물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성분에 국한돼있는 실정이다. 전 의원은 “마약류 오남용 우려가 있는 처방 환자들의 행태를 분석해보니, 복수의 의료기관을 방문해 처방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마약류 처방 전 투약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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