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주식의 공개매수 가격을 동시에 올렸다. 금융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꺼낸 최후의 카드로 풀이된다. 영풍·MBK파트너스(MBK) 측은 “고려아연이 2조7000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다”며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의 정정신고를 공시했다. 자사주 매입 수량도 전체 주식의 약 17.5%인 362만3075주에서 약 20%인 414만657주로 늘렸다. 이는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의 물량까지 더한 수치다. 이로써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약 3조6852억원으로 늘어났다.

고려아연은 공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오늘 의결 사항은 시장 상황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된 고민과 토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이번에 취득한 자사주 공개매수 물량 전체를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유통 물량이 15% 안팎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지분의 36.2%를,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33.1%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기보유 자기주식(2.4%), 장기보유를 지향하는 국민연금 지분(7.83%),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 지분(5.9%)을 제외하면 유통 물량이 15% 안팎이라는 계산이다.

최 회장 측은 이날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계열사 영풍정밀 주식 매수가도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현재 영풍·MBK 측 공개매수가는 고려아연 83만원, 영풍정밀 3만원이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측 공개매수가 보다 각각 6만원, 5000원 높다. 공개매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최 회장 측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평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과 최대 매입 물량을 확대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유통 물량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사주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이른 시일 내에 회사를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사진 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연합뉴스

MBK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희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83만원 그 이상의 가격경쟁은 고려아연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게 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는 “이번에 증액된 공개매수 규모인 3조2000억원은 고려아연의 지난 5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97.1%이고, 지난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152.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며 자기자본의 33%에 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MBK는 “고려아연 주주들에게는 재무적으로, 수익적으로 더 나빠진 회사가 남겨지게 된다”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귀중한 재원이 소모돼 회사의 미래 또한 그만큼 불투명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대규모 차입 방식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영풍·MBK는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공개매수가를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후 주가가 66만원 안팎으로 오르자 지난달 26일 75만원으로 상향했다가, 공개매수 거래일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인상했다.

영풍·MBK는 지난 9일 돌연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과열 경쟁을 경고한 금융감독원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최 회장 측에서 공개매수가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면서 영풍·MBK는 기업가치 훼손과 배임 행위 의혹 제기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시장에선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오는 14일을 변곡점으로 본다. 영풍·MBK 측이 최소지분 6.98% 이상을 확보할 경우 최 회장 측의 경영권 수성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신청한 공개매수절차중지 가처분 심의일인 18일 재판결과에 따라서도 최 회장측 공개매수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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