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민 건국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이 1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료사태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의사단체가 교육부의 서울대 의대 감사 기간 연장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가 의대생 780여명에 대한 휴학을 일괄 승인하자 교육부는 지난 3일부터 고강도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예정은 11일까지였으나 21일까지 기간을 연장하자 의사단체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도 공개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의대생 가운데 처음으로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가진 의대생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공부할 동기를 잃게 됐다며 교육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교육부, 서울대 의대 고강도 감사.. 21일까지 엿새 연장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약 800명의 의대생 휴학을 승인해 교육부의 고강도 감사를 받고 있다.

지난 1학기부터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2학기에도 돌아오지 않고 있어 이대로 가면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해 집단 유급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서울대 의대는 정부의 동맹 휴학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휴학 승인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교육부는 유감을 표하며 지난 2일 학교에 감사반을 파견해 감사를 시작한 바 있다. 당초 감사는 11일까지 였으나 교육부는 이를 오는 21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교육부는 감사에서 서울대 의대생 휴학 승인이 학칙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는지 등 사실 관계를 중점적으로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교육부가 6일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하고 '조건부 휴학 허용' 방침을 밝혔으며, 지난 8일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주호 부총리가 "조건부 휴학 승인을 제시했으니 감사를 철회하고 서울대를 설득하는 게 교육부의 바람직한 역할 아니겠나"라는 김영호 위원장(민주당)의 질의에 "여러 대안에 대해 서울대와 대화하겠다"고 답했으나 결국 감사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국립대교수들 "대학 자율성을 침해 부적절" 서울의대 교수 "다른 조치 강구할 수도"

이에 대해 의사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거점국립대 교수회 회장들은 14일 서울대에 대한 교육부 감사에 대해 "반민주적이고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거국련)는 이날 "대학 자율로 의대생 휴학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교육부에 발송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헌법과 법률로 자율성이 보장된 대학이 고민 끝에 어렵사리 결정한 휴학 승인 조치를 교육부가 특정감사를 앞세운 행정력으로 무효화시키려는 행태야말로 비민주적"이라며 "이는 대학 자율성 강화 정책을 스스로 폐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대학의 교육환경은 많은 차이가 있고 학칙도 달라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은 전적으로 각 대학 자율로 결정해야 한다"며 "의학교육 정상화와 대학의 일관성 있는 학사 운영을 위해 교육부의 강압적 조치는 하루빨리 철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교수회와 서울대 교수노동조합도 교육부 감사와 관련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억압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교수회와 교수노조는 이날 유홍림 총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교육부의 조치는 학사 행정의 원칙과 자율성을 훼손함은 물론 대학이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감사를 포함한 행정력으로 강제하겠다는 대단히 부적절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와 국민이 요구하는 서울대의 소명 완수를 위해 우리 대학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압력에 원칙을 지키며 당당히 대응해 대학 행정의 일관성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의대 교육의 질을 보장하고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교육부의 대승적인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복귀시 유급-제적, 2학기 초과 휴학 불허 등의 반헌법적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며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 같은 미봉책을 되풀이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병원에서 진료를 지속하고 수련을 원하는 전공의들을 교육할 것이며 남아있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수호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제대로 학생을 교육할 수 없는 것이 자명해진다면 다른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휴학 의대생, 대통령실 앞서 1인 시위 "공부할 동기 잃어 나온 것"

이날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교육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의대 학생 대표가 개별적으로 1인 시위 및 기자회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창민 건국대 의대(의전원) 학생회장은 의대 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동기를 돌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부 장관님의 솔직한 사과"라며 "의대생들은 의학교육의 질이 마구 떨어지는 것을 보며 환자들과 국민들께 도움이 될 수 있겠는지 회의감이 들며 공부할 동기를 잃었기 때문에 학교를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학생으로서 가장 최선이자 최후 카드인 휴학계 제출로 반대 의사를 피력했지만 6일 교육부 장관의 브리핑을 듣고 표면에 나서서 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회견을 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 장관은 조건부 휴학 승인을 전제로 학생들이 내년에 돌아오지 않으면 유급이다, 제적이다. 이렇게 겁박했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의대생들이 의대 증원 정책으로 회의감이 들며 공부할 동기를 잃었기 때문에 학교를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 교육부 장관께서는 이런 의학 교육학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그냥 위에서 찍어 누르듯이 의사만 배출하고 병원에만 수련만 받으면 의사가 된다고 이렇게 생각한 것 같다"며 "교육 정책을 낼 때 현장에 한 번 와서 양질의 의대 교육이 뭔지 교육부에서 먼저 한번 공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연 대통령께서는 이 정책을 임기 내내 3년 동안 밀어붙일지 여쭤보고 싶다. 의료라는 것,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은 시간 싸움이 절대 아니다"라며 "지금 대한민국 의료는 망해가고 있고 붕괴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다친 마음을 돌리는 게 가장 어렵다, 그 첫 단추가 교육부 장관의 사과"라며 "솔직한 사과 그게 있으면 우선은 학생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장관의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의대생 상당수 현역 입대로 군의관 수급 차질.. 전공의 대표 "군의관 공백 대책 있나"

한편, 학교를 떠난 의대 남학생 상당수가 현역 입대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돼 앞으로 군의관 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공의 측 대표가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전국 국·사립 의대 군 휴학 허가 인원'을 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37개 의대에서 1천59명이 군 휴학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 휴학 의대생은 2021년(116명), 2022년(138명), 지난해(162명)까지 100명대에 불과했다가 올해 급증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는 사이 군 복무를 해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일반 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면서 향후 군의관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 의료체계 붕괴에 대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대책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해마다 대략 1천명의 젊은 의사들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로 전방의 군부대와 도서·산간 지역에 배치돼왔다"며 "전공의 수련을 포기한 이들 중 내년 3월 입영 대상은 4천353명으로 예년보다 4배나 많은 숫자"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주로 전문의들이 군의관으로 우선 선발됐는데, 내년 입영 대상자의 경우 대부분 일반의라 향후 군 병원 등의 인력 운용에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휴학한 학생들 역시 한꺼번에 현역병과 사회복무요원에 지원했고, 군 휴학 승인이 완료된 학생도 이미 1천59명에 이른다"며 "2∼3년 후 이들이 전역하면 그 이후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공백은 어쩌실 작정이냐. 할 얘기는 해야 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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