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가 온라인에 유출된 사건 이후 대학별 수시 시험에서 관리·감독이 충분히 이뤄지는지 의문이라는 수험생들의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연세대에 이어 한성대 수시 시험에도 실기문제 관련 자료가 늦게 배부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실태 확인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15일 각 대학 수시전형에 응시 중이거나 지난해 수시 모집에 응했던 수험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충분한 보안이나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올해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전형에 지원한 재수생 박 모(19) 씨는 "지난해와 올해 연세대 논술을 봤는데 충분한 보안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시험장마다 제각기 다른 감독관이 시험을 진행하고 시험 장소가 어느 건물이냐에 따라 눈만 돌리면 다른 수험생의 답안지가 보이는 좌석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 중인 수험생 강 모(24) 씨는 "올해 실기시험을 본 대학만 4개인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본인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시험 시간이 끝나면 (그림에서) 손을 놔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구두로 언질만 줄 뿐 제재를 가하거나 그러지 않는 경우도 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강 씨는 지난해 한 여대 실기 시험에서는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문제지 배포가 되지 않다가 수험생 항의로 3∼4분 뒤 배부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연세대 논술시험 문제 유출 사태가 놀랄 일이 아니었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지난 12일 치러진 연세대 논술시험에서는 한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1시간여 전에 교부됐다가 회수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특히 온라인에 시험지와 답안지를 찍은 사진까지 등장해 학교 측이 수험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 논술시험을 치렀다는 이 모(28) 씨는 "논술 시험을 볼 때 충분한 관리·감독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었다"면서 "연세대 문제유출 사태를 보며 '그럴만하다' 싶었다"고 했습니다.

대학 6곳에 수시 원서를 넣었다는 고교 3학년 최 모(18) 군은 "다른 전형도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는 건 아닌지 의심될 수밖에 없다"며 "논술 전형을 지원한 주위 친구들은 '자기가 시험 치는 학교에서도 저런 일이 벌어지진 않을까' 불안해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대학들이 시험당 6만 원 안팎의 수험료를 책정해 많게는 매년 수십억 원의 전형료 수입을 얻고 있는 만큼 입시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내실있는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입시전형료 수입 상위 20개 대학의 전형료 수입 총합은 681억7천여만 원입니다.

중앙대가 58억6천여만 원으로 1위였고 경희대(57억2천여만 원), 성균관대(53억7천여만 원), 가천대(52억6천여만 원)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연세대는 35억1천여만 원으로 7위, 한성대는 8억2천여만 원으로 51위에 올랐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연세대 논술전형 전형료는 수험생 1인당 6만5천 원, 한성대 ICT디자인학부 실기우수자 전형은 8만 원입니다.

이 씨는 "비싼 전형료를 내고 시험을 보는데 중·고등학교 내신(시험)처럼 허술하게 진행됐다. 응시생들은 많은데 휴대전화를 걷어가는 과정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씨는 "7∼9만 원씩 내고 보는 시험인데 대학에서는 그만한 책임감을 갖고 임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생 아들을 둔 정 모(57)씨는 "수시 전형료에만 30만∼40만 원을 지출했다. 돈은 엄청나게 받아 가는데 관리는 허술하다고 하니 실망스럽고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연세대가 이런데 다른 학교는 어떻겠느냐"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수험생 딸을 둔 정 모(48)씨도 "솔직한 심정으로 전형료로 대학들 건물 짓는 걸 돕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며 "특히 온라인으로 서류 제출만 하는 학생부교과전형 같은 경우 그렇게 많은 돈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입시 전문가들은 논술 등 수시모집 시험이 당락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수능에 준하는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2025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196개 4년제 종합대학은 수시모집으로 총모집인원의 79.6%(27만1천481명)를 뽑습니다.

신입생 5명 중 4명이 수시모집으로 선발되는 셈입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논술전형의 경우 전국 42개 대학이 하고 있는데 올해 지원자가 51만 명이 넘는다"며 "내신과 수능 성적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 지원자가 몰릴 수밖에 없지만 시험 감독에 대한 공정성 등에 대한 논의는 등한시돼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연세대·한성대의 수시시험 논란을 "감독관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수시 시험은 대학별 고사이지만 감독관 교육, 소지품 검사 등 수능에 준하는 관리·감독 규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