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광 뉴스토마토 기자가 지난 11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명태균. 지난 9월5일 뉴스토마토가 김건희 여사의 4·10 공천개입 보도로 세상에 내놓은 이름이 40일 넘도록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초기엔 보도하지 않던 언론도 점차 명태균씨를 수면 위로 올리더니 CBS, SBS, 동아일보, 채널A, JTBC, 스픽스, 주기자라이브 등이 명태균씨를 직접 인터뷰해 보도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명태균씨와 관련한 여러 유력 정치인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  취재 시작 후 하루 수면 시간이 4~5시간도 안 된다는 박현광 뉴스토마토 공동체부 기자를 지난 11일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정권의 운명은 이번 정권이 알아서 하시라. 저는 이 정권이 무너지길 바라거나 재옹립되길 바라는 게 아니다.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명씨를 추적하게 되었을까. 다음은 일문일답.

-취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8월 말쯤인가. 김기성 국장이 어디선가 관련 이야기를 듣고 와서 갑자기 이 사안을 알아보라고 저한테 지시하셨다. 그래서 취재가 시작됐다. 그러다 며칠 만에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전말을 바탕으로 관련자를 추가 취재했다. 이제는 다 알려졌지만, 이준석 의원. 그리고 아직 저희가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A 의원까지 두 의원의 확인을 거쳐 보도했다.”

▲지난달 19일 박현광 기자가 자사 유튜브채널에 출연해 보도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유튜브채널 갈무리

-9월5일 김건희 여사가 4·10 총선에 개입했다고 첫 보도했다. M씨(명태균)가 김건희 여사와 김영선 전 의원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본을 현역인 국회의원에게 보여줬다는 내용이었다. 김 여사는 메시지에서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고 했다.
“9월5일 보도에서는 명태균씨를 M씨로 보도했다. 그때만 해도 사실 명태균씨를 한번 보려고 했다. 실제로 소통을 긴히 하고 있었다. 기사 나가고도 소통하고 있었다. 명태균씨가 9월25일에 소주 한잔하면서 얼굴을 보자고 했다. 그래서 약속을 잡아놨다. 그게 틀어진 게 명태균씨가 국장과 저와 나눈 문자메시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해 버렸다. 이건 모종의 신사협정이 깨진 거라고 봤다. 그래서 기사를 더 쓰게 됐다.”

-문자 내용을 왜 공개한 걸까.
“취재원을 만날 때 기자들이 보통 읍소하지 않나. 그런 문자 내용을 공개하면서 ‘봐라 얘네 별거 없다. 나 만나고 싶어 안달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걸 공개한 이상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어쨌든 명씨와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고, 기사를 본격적으로 쓰게 됐다. 만남을 성사시키려고 했던 건, 명씨가 자기의 핸드폰은 변호사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많은 정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기다렸다. 근데 더 이상 그게 어려울 거라고 봤다.”

▲박현광 뉴스토마토 기자가 지난 11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중에 답변을 생각하는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9월19일 보도들이 핵심인 것 같다. 명태균씨가 2022년 5월9일 E씨와의 통화에서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본인이 윤 대통령 내외로부터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뜻이다.
“참담하다. 명태균씨가 굉장히 많은 사람의 공천에 개입이 됐다. 그 배경에는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명태균씨의 면면을 살펴봤을 때 사기꾼이다. 사기 전과가 있다. 미래한국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는데, 그 연구소도 여론조작으로 몇 번의 벌금형을 받았다. 명씨 본인이 개인으로 받은 건 아니지만, 실제 본인이 지시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본인은 2016년 4~5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창원시청 6급 공무원에게 5급으로 승진시켜 준다고 해놓고 3000만 원을 받아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잡범이다.”

-4·10 총선 전인 지난 2월28일 지리산 사찰 칠불사에서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A의원,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 D씨 등이 함께 모였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의원의 국민의힘 탈당과 개혁신당 입당, 김건희 여사의 4·10 총선 개입 폭로가 논의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명태균씨가 연락했다는 사실도 보도됐다. 이밖에도 김종인, 오세훈, 박완수 등 여러 명의 정치인 이름이 나오고 있다.
“검찰에 몇십 년을 평생 몸담은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권 사람들이 어떻게 다 당할 수 있었는지. 참담하고 부끄럽다. 지금 상황에서도 명씨가 언론에 대고 ‘내가 입 열면 한 달이면 하야·탄핵한다’는 말을 하는데,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잡범과 공천 관련 이야기하고, 국정 관련 논의를 했다는 게 참담하다. 김종인 위원장 영입할 때 김건희 여사가 명씨 휴대폰으로 통화를 했다. 그때는 대통령 되기 전이지만 선거 과정에서 잡범과 의논했다. 김건희 여사가 왜 명태균씨한테 의존했는지 취재하고 있다. 다 떠나서 이런 잡범한테 의지한 사람들이 국정을 운영한 건 부끄러운 일이다.”

-언론사들이 처음부터 뉴스토마토 보도를 따라가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역설적으로 너무 민감한 문제라 다들 참전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 것 같다. 이미 처음 쓸 때부터 예상했던 부분이다. 그래서 살라미 식으로 가겠다고 판단했다. 사실 그 전략이 다른 언론에서 쓰는 전략은 아닌데, 저희한테는 주요했다. 매주 한두 개씩 내다보니 대중들이 이 사안에 대해 이해하고 따라오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언론 지형이 굉장히 많이 바뀐 것 같다. 유튜브에서 굉장히 많이 소비되고 있다. 그래서 대중이 이해하고, 기성 언론도 대중의 수요를 무시하지 못한 것 같다.”

▲박현광 뉴스토마토 기자가 지난 11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명태균씨 관련 보도, 김대남 전 행정관의 십상시 발언 등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 정권의 운명은 이번 정권이 알아서 하시라. 기자는 기자로서 써야 하는 기사를 쓰는 거다. 저는 이 정권이 무너지길 바라거나, 정권이 재 옹립되길 바라거나 그런 목표성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 게 아니다. 제 앞에 놓인 진실을 따라갈 뿐이다.”

-현재까지 나온 보도들은 윤석열 부부의 공천개입이 핵심이다. 지금 취재 중인 사안은?
“명태균의 돈이다.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의문을 가지고 취재에 집중하고 있다. 명태균이 정치권에서 활약한 뒤에 전리품을 챙겨야 한다. 김영선 의원 세비의 반인 9000만 원을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그건 굉장히 적은 돈일 거다. 이 사람은 통 크게 논 사람인데, 통 크게 뭔가를 챙기지 않았을까. 정치권에서 가장 큰 권력은 정보다. 정치권의 인맥을 만들어서 일반인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정보에 다가가서 이권을 만들지 않았을까. 뉴스토마토는 TF를 만들어서 밤낮으로 열심히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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