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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전경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영상캡처

귀갓길에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부실 수사를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작가 김진주씨(필명)는 21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방영된 영상을 통해 “저는 범죄 피해자로서 국가 배상을 (청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실 수사, 기습공탁, 어이없는 양형기준, 소외된 피해자의 권리 등 저뿐만 아니라 많은 피해자가 사법체계의 가해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는 피해 회복에도 벅차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저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기에 그 몫을 하려고 한다”며 “이 국가 배상이 범죄 피해자 권리 강화에 큰 메시지를 던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살인미수 사건’ 피해자다. 가해자 이모씨는 2022년 5월 귀가하던 김씨를 무차별 폭행하고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처음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김씨가 입었던 바지에서 이씨의 DNA가 검출되는 등 추가 증거가 드러나 검찰은 항소심에서 그의 혐의를 ‘강간 등 살인미수’로 변경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이 모든 과정에서 소외당했다. 수사 과정에선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했는지, 성폭력 의심 정황이 있었는지 등의 정보를 전혀 공유받지 못했다. 그는 법정에 가 직접 방청을 하고 나서야 증거를 보고 성폭력 의심 정황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피해자 보호 제도도 이용할 수 없어 피고인석에 앉은 가해자와 눈이 마주쳐 위협감을 느껴야 했다. 법원이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공판기록 열람을 거절해 민사소송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돼 보복의 두려움에 떨었다.

김씨를 대리하는 민변 여성인권위원회는 이번 소송으로 부실 수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대리인단 단장인 오지원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수사 초기 성폭력 단서들이 많았지만 경찰에선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에게도 수사의 밀행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증거 확보를 포기했다”고 했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참여권이 제한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범죄피해자보호법이 있지만 법조인들이 제대로 배우지 않아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자체도 피해자들의 경험과 관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규정이 안 된 권리도 많다”며 “권리 강화를 위한 각종 제도개선 활동을 이어나가려 한다”고 했다.

민변 여성위원장인 오현희 변호사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선 피해자도 신청을 하면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재판에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다”면서 국제적 추세를 보면 피해자가 방청석에 앉아 자신의 사건을 구경하듯 보는 우리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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