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23 마포구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노인이 일자리 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교 주변 환경 미화 활동을 맡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양관수(75·남)씨는 지난 8월 14일 오전 8시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학교로 출근했다. 연일 이어지던 폭염으로 환경 미화 활동이 중단됐다가 재개된 날이었다. 야외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양씨는 오전 10시 30분 어지럼증과 함께 식은땀을 흘리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2주 뒤인 8월 27일 양씨는 끝내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공공일자리 근무 중 숨진 양씨였지만, 사망보험 보상 처리 대상자에선 제외됐다. 양씨를 관리한 인천 노인인력개발센터 측은 “업무와 사망 사이 연관성과 인과성을 입증할 수 없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양씨가 20여년 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공공일자리 활동과 관계없이 지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봐야한다는 판단에서다.

보육시설 봉사 및 환경 미화 등 정부 주도 공공일자리에 소속된 만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사고는 매해 증가 추세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 일자리 사업 안전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고 건수는 5253건으로, 2020년(2475건) 대비 약 53% 증가했다. 2021년 3677건, 2022년 4464건, 2023년 5253건 등이다. 사망자 수도 28명에서 42명으로 1.5배 늘었다.

양씨처럼 지병을 앓았었다는 등의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전체 사고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 지급이 승인되지 않은 경우는 전체 사고 건수 대비 2020년 45.5%(1125건), 2021년 52.1%(1915건), 2022년 62.9%(2806건), 2023년 41.3%(2167건) 수준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노인 공공일자리 참여자의 건강 관련 선발 기준을 강화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올해 공공형 노인일자리 선발 기준표를 보면 건강 수준을 묻는 ‘활동 역량’ 관련 선발 기준은 면접장에 걸어서 들어올 때와 나갈 때를 보고 판단하는 ‘보행 능력’과 면담 시 말하기·듣기 등 ‘의사소통’이 원활한지를 보는 정도에 그쳤다. 건강검진 결과서나 진료 기록을 제출할 의무도 없다. 한 노인인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어르신이 지병 유무를 숨기면 정확한 건강 상태를 확인할 길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올 하반기부터 노인 일자리 관련 안전사고 예방 및 방지 대책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질병 등 특정 사유가 있단 이유만으로 공공일자리 참여를 해지시킬 순 없다”라며 “점진적으로 안전 기준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팡이 및 실버카트 등 보행 보조도구를 사용하는 어르신은 선발에서 제외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노인 공공일자리 참여자에 대한 구체적인 안전 관련 통계와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 선발 기준부터 사고 발생 시 보험·치료 등에 대한 지원책에 대한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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