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야간 및 휴일 비상진료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성동훈 기자

정부가 의료공백사태로 인한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울시에 재난관리기금을 655억원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금 상당수는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중 문을 열었던 병·의원, 약국 등에 지원금으로 쓰였다. 재난관리기금 적립 취지 및 용처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재난관리기금 총 1712억원을 투입하라고 요청했다. 이 중 서울시가 내야할 재난관리기금은 655억원이었다.

재난관리기금은 각종 재난의 예방 및 복구에 따른 비용 부담을 위해 지자체가 매년 적립하는 법정 의무 기금이다. 각 지자체는 최근 3년간의 지방세법상 보통세 수입 결산액 평균의 1% 이상을 재난관리기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재난관리기금이 의료공백 사태를 메우기 위해 쓰이게 된건 정부가 특례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을 비상진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올해 2월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난 후 발생한 ‘보건의료 분야 국가핵심기반의 마비’가 재난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에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한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바뀐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병원뿐 아니라 민간병원에도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할 수 있다.

정부 요청에 따라 서울시는 전공의가 이탈한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금, 추석 연휴 환자 분산을 위한 병·의원 및 약국 운영비 지원에 655억원의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했다. 이는 2023년 기준 서울시 전체 재난관리기금(8395억원)의 7.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박 의원은 “재난관리기금은 자연재해나 대형 사고 등 예측 불가능한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스스로 일으킨 의료대란의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무책임하고 모순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내에 병·의원 수가 많다 보니 정부의 재난관리기금 사용 요청액이 다른 곳보다 많았던 것”이라며 “정부로부터 추후 사용한 재난관리기금 중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는지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재난관리기금정부집행서울시의정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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