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20년 만의 버스 혁신.’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20주년을 맞아 ▶재정 ▶공공성 ▶서비스의 3대 분야에 대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서울시민 누구나 걸어서 5분 내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는 ‘대세권’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04년 7월 지자체가 버스업체의 운영 적자를 메워주는 대신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버스 준공영제를 통합환승할인, 중앙버스전용차로제와 함께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3대 혁신을 세부적으로 보면 우선 버스회사에 대한 재정 지원 방식을 ‘사후정산’에서 ‘사전확정’으로 전환한다. 현재는 시내버스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운송수지 적자분 전액을 시가 보전해주는 사후정산 방식이다. 지난해 재정지원금만 89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음 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미리 정해 그 차액만큼만 먼저 지원하는 사전확정 방식으로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내년에 준비해 2026년부터 시행이 목표다.

 회사별로 비용 절감을 많이 하면 그만큼 이득이고, 비용을 초과하면 손해인 구조여서 버스회사들의 자발적인 비용절감 및 승객 증대 노력을 끌어낼 거라는 게 서울시 예상이다. 이를 통해 최대 700억가량의 재정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차준홍 기자

 또 서비스 혁신을 위해 시내버스 노선의 전면개편도 추진한다. 준공영제 시행 후 20년이 지난 현재 노선 굴곡도 증가로 인한 통행속도 감소, 타 교통수단과 중복 등 서비스 수준이 저하된 경향이 있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발간한 ‘2023 서울시 차량속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용차로의 평균 속도는 시속 18.0㎞로 2007년(시속 22.3㎞)보다 20% 가까이 느려졌다. 반면 승용차는 도심 구간을 기준으로 2007년에 시속 14.4㎞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8.6㎞로 오히려 30% 가까이 빨라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는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이 최근 발주한 노선개편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노선 굴곡도 완화(구불구불한 노선의 직선화) ▶장거리·중복노선 폐지 등을 거쳐 2026년 초부터 새로운 노선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공성 강화를 위해선 투기성 자본의 시장 진입을 막는 ‘민간자본 종합관리대책’을 시행한다. 시내버스 업계에 진출하고 있는 사모펀드를 견제하고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사전심사제도 도입, 과도한 배당 금지, 일정기간 내 재매각 시 불이익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개편 취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감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와 버스노선 체계 전면 개편을 이제라도 선언한 건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20년을 맞은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우려점과 숙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사후정산을 사전확정제로 바꿀 경우 무엇보다 회사별로 실제적이고 정교한 비용구조 파악이 이뤄져야만 한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사전확정제도 실제적인 비용구조 파악이 정확하다는 전제를 갖고 하는 것이므로, 지속적으로 현실적인 버스운영비용 파악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 없이 비용절감에만 함몰되면 부작용이 커진다”고 말했다.

 자칫 서울시가 일정한 재정절감 목표에 집착하게 되면 버스회사들이 무리한 비용절감 압박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고객서비스와 안전관리가 부실해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미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재정지원의 기준이 되는 표준운송원가를 정교하게 책정하지 않으면 기대했던 재정절감 효과를 거두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정시점에 일정 수준의 요금인상을 통해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인철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비용 절감을 한다는 이유로 고객 서비스가 저하되고 안전이 소홀해지는 상황은 없도록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시내버스의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적정한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합뉴스

 재정지원 방식 변경 전에 노선개편 및 버스운영방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먼저 중복 및 굴곡 노선 개편과 버스운영방식 변경 등 서비스 혁신을 어떻게 할 것이고, 이러한 변화가 시민과 버스회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검토한 뒤 재정지원 방식 변경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성급하게 사전확정제로 변경할 경우 버스회사가 비용절감을 한다며 비효율적인 노선과 운행횟수 등을 정리하고 이에 따라 시민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선 개편에 대한 지역별 반발과 민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또 시내버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더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여전히 승용차들과 뒤섞여 거북이 운행을 하는 탓에 승객 유치가 어려운 노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모펀드로 대표되는 민간자본에 대한 견제와 관리 못지않게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유정훈 교수는 “서울시 발표를 보면 민간자본이 가져온, 그리고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요소들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아 보인다”며 “서울 같은 도시에서 교통서비스를 민간자본의 적극적 참여 없이 재정으로만 유지·개선하는 건 불가능하고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결국 20년 만에 시도하는 버스 준공영제 혁신의 성공 여부는 여러 난제를 서울시가 버스회사는 물론 시민들과 함께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어가느냐에 달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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