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아닌 질병” 입장 철회 안 해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최고안전책임자·CSO)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5일 개최한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노출 사고와 관련해 삼성전자에 대한 야당의 질책이 쏟아졌다. 당시 노동자 2명이 반도체 웨이퍼를 분석하는 방사선 발생장치를 수리하던 중 피폭된 것에 대해 이달 고용노동부가 ‘부상’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삼성전자가 ‘질병’이라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가스 폭발로 화상을 입으면 그것이 질병이냐”는 질책도 나왔다.

이날 국감에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최고안전책임자·CSO)에게 “피폭 사건에 대해 계속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윤 부사장은 “저희가 좀 혼란이 있는 부분이 있다”며 “깊이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부사장은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도 유사한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업무상 질병에 ‘전리방사선에 노출돼 발생한 급성 방사선증’이 포함돼 있다며 지난 5월 발생한 노동자 피폭이 부상이 아닌 질병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날 국감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바꿀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의 부상 정도에 따라 이번 사안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중대산업재해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어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피폭 당사자 이용규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본다”며 “삼성전자가 얘기한 보상안과 기타 사항들을 고려할 때 사과의 뜻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도 삼성전자의 태도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황 의원은 “갑자기 가스가 폭발해 화상을 입었는데 부상이 아니라 질병이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질책했다.

황 의원은 “(부상이라고 결정한) 고용노동부의 판단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겠느냐”고 물었고, 윤 부사장은 “관련 기관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깊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황 의원은 “부상을 질병으로 우기지 말고 상식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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