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이르면 26일부터 면허정지 처분에 들어간다. 반면 39개 의과대학 교수들은 4월1일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분 배정 결과 발표에 이어 전공의 제재를 강조하자, 의대 교수까지 진료 축소로 맞불을 놓으면서 의-정 갈등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1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 다음주부터 원칙대로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보낸 뒤 의견 제출 기한이 지난 전공의들을 상대로 면허정지 처분을 밟을 계획이다. 지난 5일부터 사전통지를 발송해 이르면 26일부터 처분이 시작된다.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1935명(92.7%·19일 기준)이 계약을 포기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했고, 이들 가운데 7088명(20일 기준)에게 사전통지가 발송됐다. 박 차관은 “지금까지 (전공의가) 의견을 개진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면허정지 처분 이전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 3개월보다 적은 처분을 내릴 것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증원분 배정 발표로 쐐기를 박은데다 전공의 처벌 입장도 고수하자, 의료계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39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사직서 제출과 함께 진료 축소를 하기로 했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이날 “25일부터 주 52시간 이내 외래·입원 진료와 수술을 유지하고, 4월1일부터는 특히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면서 응급·중증 환자의 안정적인 치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수리될 때까지는 ‘정상 진료’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더 수위를 높였다. 중앙대의료원 교수들은 “정부의 폭압적 독선을 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3월25일에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연세대 등 20개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가 참여한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한 의료 공백을 메우는 교수들마저 떠나면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14만 의사 회원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의료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은 또 정부에 대화를 촉구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발표는 향후 10년간 필수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하면서도 “여전히 중재자로서 정부와 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재승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원장은 와이티엔(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박민수 차관은 “(의사 단체들에) 대표단을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잘 안되고 있다”며 “대표단이 완벽하게 구성될 때까지 기다릴 일은 아니므로 대한전공의협의회, 의대 교수협의회와 비상대책위원회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차관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이 의대 정원 증가가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의사를 배치할 대안 없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성명을 내어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는 여전히 숫자만 있지 의사 배치 정책이 없다. (정부의 증원으로) 비수도권에서 늘어난 의과대학 졸업자들이 비수도권에서 의사로서 일하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가 늘린 ‘비수도권’ 의대 중 상당수는 ‘무늬만 비수도권 의대’”라며 “이들 의대 졸업생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한 정부를 환영만 할 수 없다”며 “의료 공백 속에서 중증 환자들의 피해에 대한 어떤 대책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윤주 천호성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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