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벽 아파트' 라 불리는 백현동 아파트 지대. 네이버 항공뷰]

13억 원은 별 것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적정하고 공정하게 공무를 집행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회 일반의 신뢰를 해한 것에 비하면 별 것 아니란 말입니다.

“검찰과 경찰의 백현동 수사를 무마해줄 수 있다”며 백현동 개발업자로부터 13억원 넘는 돈을 받아간 사건 브로커에게 1심 법원이 검찰의 구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며 밝힌 이유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허경무)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동규 전 KH부동산디벨롭먼트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이 적정하다고 구형한 사건에서다.

이 전 회장은 백현동 개발 민간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수사를 받게 되자 “수사기관에 로비해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 “영장 담당 판사와 친분이 있는 사람을 찾아냈다”며 13억 3616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이동규 전 국민의힘 중앙당 서울후원회장 겸 부동산 중개법인 KH부동디벨롭먼트 회장. 사진 유튜브 'Hohyeon Song' 채널 캡처

이 전 회장은 검찰 등 수사 단계에서는 범행을 부인하다 재판에 온 뒤로는 돈 받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피고인이 자백하고 반성할 경우 형을 낮춰주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장인 허 부장판사는 “죄질이 불량하고 범죄 후 정황이 좋지 못해 검사의 구형량을 넘어서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허 부장판사는 “정 회장은 피고인이 정치권 또는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이 기대되길 바라 수차례에 걸쳐 고액을 보냈다”며 “이건 기본적으로 정 회장에게 재산적 손실이 일어나는 것이지만, 그 손실은 사회적 신뢰 저하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고 했다.

다만 “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다음 직접적으로 수사기관에 청탁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봤다. 구속을 막아주겠단 얘기와 달리 정 회장은 경찰에선 불구속 수사를 받다가 검찰에 넘겨진 뒤 지난해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해도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위법성을 낮게 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은 돈을 받은 건 인정하지만 정 회장과는 동업 관계로 금전소비대차 계약이나 용역의 대가로 정당하게 받은 돈도 있으니 감안해 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오히려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고 봤다. 그가 함께했다고 주장한 사업에 대해 정 회장이나 직원 등 주변인물은 부정하거나 모른다고 했고 용역 대가 등은 별도로 챙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실제로 정 회장에게 임정혁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곽정기 전 총경을 소개해줬다고 본다. 두 사람도 지난 1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재판에 이 회장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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