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김건희 특검’ 등 선거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방송을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지속 심의하는 가운데 야권 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이 선방심의위에 방심위 업무 침해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선방심의위원들이 답변을 거부했다. 선방심의위는 방심위와 중복심의가 불가능하다.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은 지난 11일 14차 선방심의위 회의에서 “방심위원이 선방심의위라는 독립적 기구에 입장을 요구한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며 “저희가 절차적으로 무리하게 다루지 않았다. 개인이 궁금하면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인데 저희한테 서면을 통해 질의하는 게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성옥 방심위원은 지난 3일 선방심의위 사무처를 통해 △방송소위 업무와 권한 침해 △선방심의위 안건 상정 절차와 기준 △선방심의위 안건들의 선거 관련성 등을 물었다. 앞서 선방심의위가 방심위가 심의할 수 있는 안건을 심의해 윤성옥 위원이 반발하자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답변을 피하며 선방심의위에 질의하라고 했다. 선방심의위 역시 답을 거부하면서 책임 주체가 모호해진 상황이다.

오히려 선방심의위원들은 윤성옥 방심위원의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최철호 선방심의위원은 “거듭해서 (우리가) 사무처에 물었고 사무처에 얘기한 절차에 따라 심의하고 있다. 찾으면 (절차를) 쉽게 열람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윤성옥 방심위원이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한다. 어떻게 보면 이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사실상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권재홍 선방심의위원은 “방심위원이 우리에 입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인가”라며 “마치 방심위에서 할 수 있는 안건을 선방심의위가 가져다가 심의하는 것처럼 뉘앙스를 까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인 행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손형기 선방심의위원은 “12차 회의 때 우리가 사무처와 논의한 기록이 있다”며 “별도로 회신할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12차 회의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관련 보도로 의견진술에 나온 MBC 제작진이 선거와 무관한 방송이라고 항의하자 사무처는 민원인이 선거방송심의 위반으로 민원을 넣어 최대한 민원인 취지를 존중해 선방심의위에 상정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잇따른 중징계를 받고 있는 MBC·CBS 언론인들이 지난달 28일 심의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선방심의위 해체’를 촉구했다. 사진=박재령 기자

선방심의위원들의 답변 거부에 시민단체들은 “심의 정당성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참여연대는 12일 성명을 내고 “심의 안건을 상정하는 기준에 대한 질의는 ‘편파 심의’ 의혹을 받고 있는 선방심의위에 필요한 정당한 문제제기”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윤성옥 위원은 개인적 자격이 아니라 시청자, 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적 기본권과 관련한 사안을 공적 심의위원의 자격으로 질의하는 것”이라며 “선방심의위원장이 이를 개인적 질문이라고 치부하는 것 자체도 억지이지만 심의위를 총괄하는 위원장으로서도 책임회피성 발언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선방심의위는 방심위와 41건의 ‘중복 민원’이 있던 것으로 드러나 ‘월권’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김건희 특검’, ‘이태원 특별법’ 등을 다룬 방송에 대한 민원이 방심위 신속심의 리스트에 선방심의위 ‘상정예정’ 등으로 표기돼 방심위에서 심의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방심위 심의가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민원들은 선방심의위에서 방송사 중징계로 이어졌다. 선방심의위는 방심위보다 심의 절차가 빨라 사실상의 ‘신속심의’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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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방심위는 11일 미디어오늘에 “방심위 출범 이후 선방심의위에서 먼저 심의 중인 사안을 방심위가 심의하겠다고 제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만약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때에는 해당 건에 대해 방심위원의 제의가 있었다는 점을 선방심의위에도 보고해 양 위원회가 중복심의를 피하기 위한 조정을 하게 된다”고 했다. 선방심의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관련 방송을 심의하는 임시기구로 방심위와 중복제재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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