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이 최근 4·10 총선까지 지난 20년 동안 지역구 후보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한 권고 법 규정을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정의당은 올해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 41.18%를 여성으로 채워 국내에서 최초로 법 규정을 이행한 정당으로 기록됐으나,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1석도 얻지 못해 원외로 밀려났다.

4·10 총선 개표 결과를 15일 보면, 여성 당선인 비율은 20%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 300석 가운데 60명이 여성으로 지역구는 36명, 비례대표는 24명이었다. 21대 총선 여성 당선인 비율 19%(총 57명, 지역구 29명·비례대표 28명)보다 1%포인트 상승한 데 그친다. 오이시디(OECD) 회원국의 2023년 기준 여성 국회의원 평균 비율은 33.8%(양원제 국가는 하원 기준)엔 여전히 한참 못 미친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선 전체 지역구 후보 699명 중 여성은 99명으로 14.16%에 불과했다. 21대 총선의 지역구 여성 후보 비율 19.05%(전체 1118명 중 213명)보다 외려 5%포인트가량 하락했다. 각 정당의 여성 정치인 발굴 노력이 그만큼 부진했다는 의미다. 정당별 지역구 후보 가운데 여성 비율을 보면 녹색정의당은 41.18%였으나 더불어민주당 16.73%, 국민의힘 11.81%에 그쳤다.

공직선거법 47조 4항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를 추천할 때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지난 2004년 3월 처음 도입돼 20년간 이어진 권고 조항이다. 그동안 6번의 총선이 치러지는 동안 지역구 후보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한 정당은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유일했다.

국회의원 성별 불균형 개선이 지지부진한 까닭에 지역구 후보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식의 권고 조항을 의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5년 제19대 총선 결과를 기준으로 추정한 결과 지역구 여성공천할당제(30% 이상)를 의무화하면 2056년, 그렇지 않으면 2064년에야 지역구 여성 의원이 30%를 넘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관련 선거법·제도의 효과성 연구’) 비례대표 후보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50% 이상을 여성에 할당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이선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이날 한겨레에 “여성과 남성이 반반인 만큼, (지역구 여성 후보 권고 비율인) 30%를 넘어 남녀 (후보) 동수 공천이 가능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2000년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을 맡아 국내 정당 중 최초로 당헌에 임명·선출직 여성 30% 할당제를 명문화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0년 발간한 자료 ‘여성 정치 대표성 강화방안: 프랑스·독일의 남녀동수제 사례분석’을 보면 프랑스는 2000년부터 ‘빠리떼법(La Parité)’을 도입해 하원의원 선거 등에서 후보 절반을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정당보조금을 최대 75%까지 삭감한다. 법 시행 직전인 1997년 10.9%이던 여성 하원의원 비율은 10년만인 2017년 39.6%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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