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수바드라다스 지음 | 장한라 옮김
북하우스 | 408쪽 | 2만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박물관 연구원 수바드라 다스가 지은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의 원제는 ‘Uncivilised’, 즉 ‘문명화되지 않은’이다. 이는 서구 권력이 자신들의 틀로 비서구를 ‘야만’으로 규정해왔음을 폭로하는 말이다.

저자는 ‘아는 것이 힘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민중에게 권력을’ ‘예술을 위한 예술’ 등 익숙한 표현에 어떤 가치가 담겼는지, 이 말들이 은폐하는 현실은 무엇인지 살핀다.

통상 ‘과학’은 “합리적이고 문명화된 사회의 보루이자 강건한 요새”이며 “관찰, 이성, 진리를 바탕으로 지은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19세기의 우생학, 20세기의 나치즘도 ‘과학’을 알리바이로 해 탄생했다. 서양인들은 비서양인들이 과학적인 사고를 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문명화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서양 문명의 정점 중 하나라 여겨지는 ‘예술’ 관념도 비판적으로 돌아본다. 다스는 대학 고고학과에 다니던 시절 경험담을 끄집어낸다. 탈레반이 다이너마이트로 바미안 석불을 파괴했을 때, 영미권 뉴스는 이 장면을 지속적으로 보여줬고 강의실에서도 이를 주제로 삼아 토론하려 했다. 다스는 파키스탄의 군사 쿠데타, 아프가니스탄의 혼란에 대해선 무심하던 서양인들이 갑자기 호들갑을 떠는 데 염증을 느낀다. 심지어 근대의 유럽인들은 이집트, 베냉 등의 유물을 탈레반과 다를 바 없이 약탈하고 자신들의 박물관에 고이 모셔둔 채 돌려주지도 않고 있다.

저자는 서양 문명이란 “현실을 누르고 브랜딩이 성공한 사례”라고 냉소한다. 아울러 “문명화된 서구와 비문명적인 ‘타자’ 사이에 그어진 선은 우리가 어떻게 그리겠다고 결정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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