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주연 변우석의 인기가 1년 전 그가 출연한 영화 ‘소울메이트’를 극장가에 소환했다. 지난달 31일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가 단독 재개봉한 영화는, 박스오피스 7위로 깜짝 데뷔하며 스크린 수가 전국 38개에서 71개로 껑충 뛰었다.

배우 변우석 열풍으로 재개봉한 영화 '소울메이트'. 제공 CJ CGV

특정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는 단독 영화, 대중의 관심사에 발맞춘 재개봉작이 극장가 생존 전략으로 떠올랐다. 신작 개봉영화에만 기댈 수 없는 극장가 현실에서, 재개봉작은 관객에 친숙한 ‘아는 영화’인 데다, 동시기 트렌드를 겨냥할 수 있어 인지도가 없는 신작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거 필름영화의 화질을 높인 4K 리마스터링(디지털 복원) 버전을 다시 상영하는 사례도 많다.

영화관도 '한정판' 개봉 경쟁 #독점영화·숨은 명작 발굴 불티 #손석구 제작 단편 관람료 1000원 #OTT처럼 오리지널 중요해져

20년 전 원빈, 키아누 리브스 청춘물 소환

강제규 감독과 배우 장동건(왼쪽)이 30일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개봉 20주년 기념 4K 리마스터링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잊을 수 없는 1950년 6월, 두 형제(장동건 원빈 분)의 갈등과 우애 그리고 전쟁의 비극을 그렸다. 2004년 개봉 당시 한국 영화사상 최단기간 천만 관객 돌파 등의 신기록을 세우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뉴스1

메가박스가 지난달 8일, 단독 재개봉한 추억의 명화 ‘쇼생크 탈출’(1994)이 한 예다. 메가박스가 영화‧드라마 커뮤니티 키노라이츠와 함께 진행 중인 ‘당신이 영화관에서 보길 원하는 영화’ 관객 투표에 선정돼, 재개봉 당일 극장가 4위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금도 회자되는 빗속 탈출 명장면을 4K 리마스터링 화질로 선보였다.
메가박스 측은 “극장이 일방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패러다임을 탈피해 관객이 상영작을 선정하는 기획전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지난 6일 현충일엔 한국전쟁 소재 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가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재개봉해 이날 흥행 11위를 차지했다.

극장도 OTT처럼 오리지널·한정판 전략

빗속 탈옥 장면으로 유명한 '쇼생크 탈출'(1994)은 메가박스에서 지난달 단독 재개봉해 한달여 만에 4만2000여 관객을 동원했다. 사진 메가박스

극장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충성 관객을 확보해야 살아남는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총 관객 수는 팬데믹 전인 2019년의 59.6% 수준(5159만명)에 머물러 있다. 극장들로선 신작이 줄어든 공백을 메우는 한편, 관객이 각 영화관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됐다. OTT의 오리지널 콘텐트처럼 독점‧한정판 영화(애니메이션 포함) 전략이 새로운 자구책으로 떠올랐다.

흥행 30위 중 12편, 특정 영화관만 틀었다 

CGV 단독 개봉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 사진 찬란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30위권 영화 중 이런 단독 영화가 12편에 달했다. ‘명탐정 코난 VS 괴도 키드’(CGV), ‘빼꼼: 미션 투 마스2’(롯데시네마), ‘코코’(메가박스) 등 가족 관객이 찾는 애니메이션과 ‘금지된 장난’(메가박스), ‘악마와의 토크쇼’(CGV) 등 장르 팬의 충성도가 높은 공포영화가 눈에 띄었다.
팬층이 두터운 독점 콘텐트를 찾는 극장과 일반적인 개봉 방식으론 상영관 확보가 어려운 수입‧배급사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악마와의 토크쇼’를 CGV 단독 개봉해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 10만 관객을 목전에 둔 수입사 찬란 이지혜 대표는 “CGV는 지난해 ‘옥수동 귀신’ ‘마루이 비디오’ 등 10‧20대 타깃 공포영화의 좌석판매율이 높았기 때문에 ‘악마와의 토크쇼’와도 잘 맞을 거라 봤다”고 말했다.

'시성비' 1000원짜리 손석구 단편 한정판 개봉

국내 팬덤을 넓혀온 일본 애니메이션, 일본‧중화권 로맨스, BL(남성끼리 로맨스) 물도 단독 개봉작에 단골로 꼽힌다.  CGV는 지난해와 올해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시리즈 극장판 두 편을 단독 개봉해 각각 53만‧48만 관객을 동원했다. 숏폼처럼 단편영화를 가볍게 즐기는 ‘스낵무비’도 나왔다.
배우 손석구의 1인 제작사 스태넘과 현대자동차가 제작하고 손석구가 주연을 겸한 13분짜리 단편영화 ‘밤낚시’가 14일부터 2주간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그린 스릴러로, 단편 ‘세이프’(2013)로 칸 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관람료는 단돈 1000원. CGV 측은 “시간 대비 효율을 의미하는 ‘시성비’를 따지는 요즘 소비 성향을 고려해 숏폼 콘텐트를 극장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손석구 주연 단편 '밤낚시'. 사진 CGV

봉준호가 추앙한 흑백 고전, 20·30대도 찾는다 

재개봉하는 예술영화도 많다. 희소성을 중시하며 특별한 작품을 골라 보는 관객 성향상, 상영 기회가 드물수록 ‘완판율’도 높아진다. 지난 9일엔 서울아트시네마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일환으로 봉준호 감독의 토크행사와 함께 상영한 고전 공포영화 ‘어둠의 아이들’(1962)이 단 1회 상영회차 전석 매진으로 이날 흥행 30위에 올랐다.

키아누 리브스, 리버 피닉스 주연 영화 '아이다호'는 지난달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 극장에서 단독 재개봉했다. 사진 엣나인필름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운영하는 수입‧배급사 엣나인필름의 주희 이사는 “팬데믹 이후 영화관람 방식이 달라지면서 극장에 고유한 색깔을 부여하는 예전 작품 발굴도 중요해졌다”면서 “특정 장면은 유명한데, TV‧OTT로 잘 볼 수 없었던 숨은 명작들은 20‧30대 관객도 많이 보러 온다”고 말했다. 아트나인이 올초 상영한 일본 거장 스즈키 세이준 3부작 기획전의 경우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좌석판매율이 70%를 넘을 정도로 흥행했다고 한다.
이 극장은 지난달 할리우드 스타 키아누 리브스‧리버 피닉스의 청춘영화 ‘아이다호’(1991)를 단독 재개봉한 데 이어, 러시아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1986),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OST를 맡은 아카데미 9관왕 ‘마지막 황제’(1987) 등을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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