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마포음악창작소 지하 연습실에서 합동 콘서트 준비 중인 가수 혜은이(왼쪽)와 김범룡. 사진 마포문화재단

지난 5일 서울 마포음악창작소 지하 연습실. 쿵작쿵작 신나는 밴드 반주가 깔리고, 가수 혜은이(68)가 히트곡 ‘뛰뛰빵빵’을 경쾌한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의 하이라이트인 ‘뛰뛰뛰뛰 뛰뛰빵빵’ 구간에서 옆에 있던 김범룡(65)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리듬 위에 덧입혀지자 저절로 어깨가 들썩였다. 2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합동 콘서트를 여는 두 가수의 첫 연습 현장이다.

이날 연습에 앞서 본지와 만난 혜은이와 김범룡은 오랜만에 함께 하는 무대에 들뜬 모습이었다. 2022년 사촌동생인 가수 김승미 공연의 게스트로 나선 이후 처음으로 무대에 오르는 혜은이는 “무대에 대한 갈증이 너무 커져 있던 상황이었다. 보통 합동 콘서트를 안 하는데, 후배 김범룡과 함께 하는 자리라 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김범룡은 “이번은 혜은이 콘서트고, 누나(혜은이)를 지원하는 서포터의 입장으로 임할 것”이라며 웃었다.

혜은이와 김범룡이 콘서트를 함께 여는 것은 데뷔 이후 처음이다. 마포문화재단은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타임머신을 선사한다는 취지로 2022년부터 ‘어떤가요’ 콘서트 시리즈를 기획해 왔는데, 이번은 아홉 번째 콘서트로 부제는 ‘7080 레전드 특집’이다.

지난 5일 서울 마포음악창작소에서 본지와 만난 가수 혜은이(왼쪽)와 김범룡. 사진 마포문화재단

1975년 곡 ‘당신은 모르실거야’로 데뷔한 혜은이는 고운 목소리와 춤 실력을 바탕으로 헤어스타일·패션까지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1977년 발표한 곡 ‘진짜 진짜 좋아해’, ‘뛰뛰빵빵’, ‘당신만을 사랑해’, '감수광'이 연이어 인기를 끌면서, 그해 방송 3사(KBS·TBC·MBC) 가수왕을 휩쓸었다. 이후 ‘제3한강교’(1979), ‘새벽비’(1979) 등 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이른바 ‘혜은이 신드롬’에도 당시 그는 상황을 즐기진 못했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노래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매번 버티며 보냈다. 노래하는 것이 행복하고, 가수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30~40년의 세월이 걸렸던 것 같다”고 혜은이는 말했다. “인생을 살아보니 노래도, 지금 하는 예능 프로그램(KBS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도 모두 하다 보니 익숙해지며 소중함을 느끼게 되더라. 나랑 안 맞는다고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가슴이 이끄는 대로 진정성 있게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범룡도 이에 공감했다. 남성 듀엣그룹 녹색지대를 발굴했던 그는 “요즘 노래엔 감성보다 기교가 많다고 느낀다. 특별한 기교를 선보여 단기간 내 히트를 하려고 머리로 계산하는 경우인데, 아티스트보다 엔지니어에 가까운 것 같다”며 “기교 없이 감성을 담아 쭉 부르며 다가가는 것이 진짜 노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85년 데뷔곡 ‘바람 바람 바람’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김범룡은 2022년 정규 9집 ‘인생길’, 지난해 싱글 ‘별밤’ 등을 발매하며 음악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는 “인기 있는 음악을 만든다는 목적보다는 오로지 좋은 노래를 많이 남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마음을 담아서 내다보면 운 좋게 대중의 선택을 받기도 한다. 저조차도 잊고 있었던 노래가 리메이크될 때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오는 2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혜은이, 김범룡의 합동 콘서트. 사진 마포문화재단

각각 1970년대와 80년대에 데뷔해 그 시대를 주름잡았던 두 가수는 어느덧 50주년과 40주년을 맞았다. 신곡과 리메이크곡을 담은 50주년 기념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혜은이는 “몇 주년인지 숫자는 크게 중요하진 않다. 다만,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잊히지 않았다는 점은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범룡은 “동시대에 활동했던 가수들이 점점 사라진다. 아직까지 무대에 설 수 있고, 또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동의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동시에 ‘무대’라는 답이 돌아왔다.
“곡 발표도 좋지만, 가끔이라도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공연을 많이 열고 싶어요.”(김범룡)
“방송 화면을 통한 무대는 감동이 덜해요. 예전에 대학로에서 45일 연속 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작든 크든 규모와 상관없이 무대에 최대한 많이 설 거예요.”(혜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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