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월드
카일 차이카 지음|김익성 옮김
미래의창|432쪽|2만1000원

페이스북에 뜨는 티셔츠 광고, 인스타그램에 뜨는 강아지 게시물, 에어비앤비에 뜨는 경주 숙소 정보, 애플 뮤직에 뜨는 재즈 음악, 구글에 뜨는 연예계 뉴스는 우연이 아니다. 알고리즘이 자신에 맞춰 보여주는 결과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하면 힘들여 검색하지 않아도 평소 좋아하는 영상이나 최신 유행 음악을 보여준다. 현대 문명에서 사는 인간은 이처럼 알고리즘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의 전속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카일 차이카는 <필터월드>에서 알고리즘의 편리함에 의문을 제기한다. 차이카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에 갇히는 ‘필터 버블’을 경계하지 않으면 인간이 자유의지와 주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알고리즘은 인간의 경험과 선택을 지배한다. 수많은 인간이 ‘개인적 취향’을 상실하고 똑같은 것을 소비하도록 만들었다.

차이카는 이른바 ‘빅테크’ 기업이 사용자의 욕구와 취향을 예측하기 위해 사용자의 경험을 축소한다고 비판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현 엑스)는 콘텐츠의 시간순 나열에서 벗어나 알고리즘 추천 콘텐츠를 늘렸다. 사용자가 시간을 더 많이 보내면 그만큼 광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더 강력한 알고리즘을 위해 사용자들에게서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2017년 가디언 기자 주디스 듀포테일이 데이팅 앱 틴더로부터 제출받은 자신의 개인정보는 800쪽에 달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목록과 1700건 이상의 메시지 등이 담겼다.

차이카는 알고리즘이 사회를 분열시킨다는 주장도 펼친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민주당 지지자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차이카는 페이스북 등이 자신의 정치성향과 반대되는 게시물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알고리즘은 인간의 문화와 사고를 ‘평준화’시킨다. 차이카는 “필터월드에 맞서려면 우리는 스스로 큐레이터가 돼 소비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면서 “알고리즘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벗어나 물리적인 실제 세계에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문화, 공동체, 관계, 정치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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