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과 새
조오 지음
창비 | 56쪽 | 1만6000원

수많은 새들이 하늘을 날다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다. 미국에선 매년 10억마리, 캐나다에선 매년 4000만마리가 희생당한다. 한국에서도 매년 800만마리가 건물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다. 충돌을 방지하는 설비를 ‘버드 세이버’라고 한다. 유리에 일정 간격의 점을 찍어 새들이 피하게 하는 것이다.

그림책 작가 조오의 <점과 선과 새>는 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도심을 날아다니는 까마귀와 참새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날 까마귀와 놀다 헤어진 참새는 유리창을 피하지 못하고 부딪힌다. 다친 참새를 돌보던 까마귀는 오랫동안 꿈꾸던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도시 곳곳의 유리창에 점을 찍고 선을 긋는다. 다른 새들도 날아와 점과 선을 더하면서 도시는 환상 속 형형색색의 축제처럼 빛난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던 까마귀는 유리창에 작은 점 하나를 희망처럼 남긴다.

‘조류 충돌’ 문제를 날카롭게 직시하며 이해와 연대를 구하는 동화다. 조류 생태를 세밀하게 살피는 관찰력과 햇볕을 물감 삼아 그린 듯 따뜻한 그림체가 돋보인다. 길이가 짧은 작품이지만 까마귀가 수집한 깃털의 의미까지 정밀하게 설계한 서사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까마귀가 벽에 그리는 가로 10㎝, 세로 5㎝ 간격의 점들은 새들이 99%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 실제 ‘버드 세이버’ 공간의 크기라고 한다. 환경위기 시대에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자연과의 공존을 고민해볼 만하다.

작가의 필명인 ‘조오’는 까마귀라는 뜻이다. 조오의 그림책에는 까마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2020년 펴낸 첫 그림책 <나의 구석>은 올해 미국 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USBBY)의 ‘우수 국제 도서’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미국 유명 서평 미디어 커커스 리뷰의 ‘올해의 그림책’에 제목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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