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단 교리, 사법심사 대상 아니다”

이 목사 “낙후된 인식···항소해 바로잡을 것”

성수자들을 축복했다는 혐의로 기독교대한감리회 상소심(총회재판위원회)에서 출교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가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지난 3월4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019년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회로부터 ‘정직 2년’ 징계를 받은 이동환 목사가 법원에 제기한 징계 무효확인 소송이 각하됐다. 법원은 이 목사에 대한 정직 기간이 이미 끝나 소송의 실익이 없고, 징계의 절차적 하자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재판장 김형철)는 21일 이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로부터 받은 정직 2년 징계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내용을 검토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판결이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한 후 감리회의 재판에 넘겨졌다. 감리회 경기연회 총회재판위원회는 이 목사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인 ‘감리회 교리와 장정’ 제3조 8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2020년 10월 정직 2년을 선고했다. 이 목사는 “부당하다”며 지난해 2월 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먼저 “교단의 교리는 법률관계가 아닌 해석의 문제에 불과하므로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감리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어 “정직 기간이 이미 만료해 (이번 소송이) 원고 지위의 법적 불안을 제거하는 직접적인 권리구제 수단으로 볼 수 없다”며 소송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리회의 정직 처분에 무효라고 볼 만큼의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도 했다. “징계 처분이 교회법에 따라 적법한 게 아니거나,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등 무효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확정된 판결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교회 내 처분을 취소하려면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위해 일반 단체보다 더 큰 절차상 하자가 있어야 한다고 본 대법원 법리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 목사의 양심·종교·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헌법상 종교단체의 자율성 또한 보장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감리회 교인들의 집단적 의사를 무시하고 정직 처분을 무효라고 판단하는 것은 교단의 고유한 특성을 도외시하고 종교적 믿음에 개입해 교단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감리회는 이 목사에 대해 가장 엄한 징계인 출교 조치를 했다. 이 목사가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제3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한 점, 2021년과 2022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목사는 지난 3월 출교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도 별도로 제기했는데, 재판부는 이 때문에 정직 처분 무효확인 소송이 더 의미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한편 지난달 18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이 목사가 제기한 출교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대법원이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선고한 날과 같은 날이었다.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이 목사에 대한 출교 효력은 한시적으로 정지된다.

최새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판결과 달리 지난 7월 동성부부의 피부양자 자격이 확정됐고, 해마다 퀴어축제 참가자는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성소수자의 법적 지위가 찬반 문제가 아니라 마땅히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인데, 오늘 법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제가 받은 징계가 다른 목사들에 대한 징계 근거로 활용되며 (종교계를) 옥죄고 있어 정직 2년의 기간이 끝났다고 소송의 실익이 없는 게 아니다”라며 “낙후된 인식을 갖고 있는 집단이 세운 법과 폭력을 멈추고 바로잡기 위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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