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고된 여름을 견디고 맞는 추석 연휴와 이 가을에 권하는 책. 읽고 쓰는 일에 애정이 남다른 이들이 한 권씩 골랐다.

김미옥의 추천
오로라
데이비드 켑 지음
임재희 옮김
문학세계사

데이비드 켑의 『오로라』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전기로 이룩한 인류의 문명이란 자연재해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 소설의 배경은 태양에서 발생한 지자기 폭풍으로 인해 전 세계 전력망이 순식간에 붕괴하는 재난 상황이다. 지구는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현대 문명은 완전히 마비된다. 전력망 붕괴 후 가족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주인공과 재난 해결을 위해 분투하는 과학자들의 활동이 펼쳐지지만, 이들에게 생존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소설 『오로라』는 전기 문명의 혜택이 인간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는 경고와 더불어 인간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깊이 있게 다룬다. 혼돈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는 팬데믹 시대의 불안감과 함께 현대 문명의 취약성, 인간 본성을 돌아보게 한다.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기 의존의 현대사회가 자연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 전기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상당한 깊이의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데이비드 캡은 할리우드 스토리텔링의 귀재다. 그는 우리에게 '쥬라기 공원', '스파이더맨', '미션 임파서블' 등의 시나리오 작가로 익숙한 인물이다. 스티븐 킹은 이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읽히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소설 『오로라』도 블록버스터 대작으로 만들어질 것 같다. 읽는 재미와 더불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추석 연휴는 『오로라』다.
글쓴이=김미옥(서평가)

이정모의 추천
숙론
최재천 지음
김영사

경계를 두지 않고 학문과 학문을 연결하여 새로운 안목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과정을 통섭이라고 한다. 이렇게 멋진 말을 우리는 21세기가 되기 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다.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사회생물학자의 에드워드 윌슨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고심 끝에 만들어낸 말이다.

그 전에 유행했던 융합이 방송과 통신처럼 분리된 것을 녹여서 하나로 합치는 것이라면 통섭은 신경과학과 마케팅을 결합하여 뉴로마케팅이 되는 것처럼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통섭이라는 단어로 한국 사회는 새로운 통찰을 갖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는 이번에는 숙론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숙론은 논쟁과 토론을 넘어서는 심각한 토론을 말한다. 최재천 교수가 키워드만 제시한 게 아니다. 짧은 책에 많은 내용을 옹골차게 담았다. 1부 ‘숙제’에서는 이념, 지역, 계층, 남녀, 세대, 환경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다양한 갈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다양한 사례를 2부 ‘교육’에 소개한다. 최재천 교수는 선진국은 이러한데 우리는 왜 못 하냐는 식으로 질책하지 않는다. 실제로 어렵다는 걸 우리에게 친절하게 설명한다. 3부 ‘표본’은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소개한다.

여기까지 오면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숙론이다. 그렇다면 숙론은 성공적일까? 4부 ‘통섭’에 부분적이든 전체적이든 성공사례가 나온다. 최재천 교수가 실제로 참여한 다양한 위원회에서 숙론이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결론을 도출했는지 보여준다. 그렇다면 각자 또는 각 기업과 학교에서는 숙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일종의 매뉴얼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느낄 때쯤 5부 ‘연마’가 시작된다. 바람직한 숙론을 이끄는 열 가지 기술을 소개한다.

인공지능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적수로 삼을 것인지, 조수로 삼을 것인지. 인공지능을 적수로 삼은 사람은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조수로 삼을 수 있다면 우리 삶은 한층 여유로워질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뛰어난 문해력이고, 문해력은 숙론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의 단초를 최재천의 『숙론』이 던졌다.

최재천 교수는 우리 교육은 점진적 진화를 기대할 게 아니라 과감한 혁명을 도모해야 한다고 한다. 서울 시민은 10월에는 교육감 선거를 치러야 한다. 보수와 진보 양측에서 많은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궁금하다. 그들은 우리 교육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과연 학교는 숙론을 가르치고 연습할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최재천의 숙론은 꽤 긴 추석 연휴를 알차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이다. 교육감 선거에 뛰어든 모든 후보들이 이 책을 진지하게 읽기 바란다. 모든 시민들이 읽고 익힐 책이다.
글쓴이=이정모(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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