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4일, 당시 28세 에드거 웰치라는 남성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피자 가게 ‘코멧 핑퐁’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웰치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이끄는 조직이 이 가게 지하실에서 아동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상을 구할 구세주라고 믿는 ‘큐어넌 음모론’의 신봉자였다. 하지만 이 식당엔 아동학대범은 물론 지하실조차 없었다.

‘피자 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은 현대 사회에 암암리에 퍼진 음모론이 어떻게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음모론이란 무엇인가』 등의 책을 쓴 마이클 셔머(70·사진)는 30여년 간 이런 음모론들을 분석하고, 이에 대항해 온 학자다. 그는 1997년 과학적 회의주의 운동 단체인 ‘스켑틱 소사이어티’를 창립하고, 회의주의 과학 저널 ‘스켑틱(Skeptic)’을 창간했다. 9~13일 개최된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13일 만났다.

한국에도 음모론이 많다는 걸 알고 있나.
 “연구자로서 접한 한국의 음모론은 북한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어제 DMZ에 가서 제3 땅굴을 방문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이 땅굴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여러 설이 있었는데 결국 북한이 공격을 위해 팠다는 음모론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렇게 음모론이 진실로 드러나는 경우, 사람들은 관련된 음모론에 더 쉽게 빠지게 된다.”
최첨단 과학 시대인데도, 비이성적인 음모론은 더 많아진다.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음모론이 생겨난다는 통계는 없지만 소셜미디어(SNS)의 발달로 음모론이 더 빠르게 퍼지는 건 확실하다. 1960년대 케네디 암살 음모론은 뉴스레터나 책 등을 통해 몇 년에 걸쳐 알려졌다면, 지금은 블로그 글이나 영상 하나로 하루아침에 100만명이 넘는 사람에게 퍼질 수 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고 했는데.
“어떤 음모론이 사람들의 지성을 건드리고, 탄탄한 논리를 갖추고 있다면 똑똑한 사람들이 이를 더 잘 믿게 된다.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이해가 잘되지 않는 현실을 논리적으로 개념화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나 9·11 테러를 미국 정부가 일으켰다고 믿는 사람들 가운에도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이 많다.”
현대 사회에선 정치적 음모론, 가짜 뉴스의 폐해가 크다. 최근 TV토론에서 트럼프는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발언을 했다.
“정치인들은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거짓 주장을 퍼트린다. 트럼프가 지난 10일 토론에서 ‘범죄율이 역사상 최악’이라고 했는데, 실제 미국의 범죄율은 코로나19 당시 조금 증가했다가 낮아지는 추세다. 현 정권을 깎아내리기 위해, 이민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기 위해 이런 거짓 발언을 거듭하는 것은 큰 문제다.”

그는 음모론이 자리잡기 힘든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민감한 주제라도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다른 생각’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정치인들은 제발 무언가를 모를 땐 모른다고 말하라”고도 했다. 정치인들이 음모론을 퍼트리고 결국 그것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지고 사회는 점점 더 ‘믿을 수 없는 곳’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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