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신사고 홍범준 대표가 지난 9월24일 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지부가 부착한 노조 홍보물을 찢고 있는 영상 갈무리.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좋은책신사고지부 제공

교과서와 ‘우공비’ ‘쎈’ 등 참고서로 유명한 출판사 좋은책신사고의 홍범준 대표이사가 노동조합 홍보물을 훼손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로 고소 당했다. 홍 대표는 이미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좋은책신사고지부(이하 노조)는 2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고용노동청 남부지청 앞에서 홍 대표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다며 “노조원 불이익 처분과 노조 활동 방해 행위가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이 지부를 통해 입수한 영상에는 홍 대표가 지난달 23일 사내 벽에 부착된 노조 홍보물을 잡아 뜯는 모습이 담겼다. 찢긴 홍보물엔 “단체교섭 거부, 헌법·노조부정, 조합원 탄압, 부당노동행위 즉시 중단하라”고 적혀 있었다. 정철훈 좋은책신사고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영진이 노조가 부착한 홍보물을 찢고, 낙서하고, 훼손하며 망가트린 것이 수십 차례”라고 했다.

사측이 노조 조합원을 제외한 직원들에게만 창립기념일 등 각종 격려금, 근무상·포상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노조는 ‘신사고인’상의 경우 비조합원 40%가량이 받았지만 조합원은 단 한 명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 모든 일이 조합비 공제를 위해 사측에 조합원 13명 명단을 제공한 뒤 벌어졌다는 것이다.

정철훈 지부장은 “작년 10월 좋은책신사고의 노조와의 교섭 거부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하며 기자회견을 했던게 어느 새 1년이 지났다”며 “노조를 부정하고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조합원에 대한 차별, 괴롭힘, 부당 발령, 업무 배제 등 노조 탄압을 수시로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홍범준은 언론노조가 생긴 이래 최악의 사용자”라며 “민주주의를 너무 당당하게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좋은책신사고지부는 2일 서울 영등포구 고용노동서울남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좋은책신사고의 홍범준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사진=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 노사 갈등은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2022년 11월 설립된 노조는 이듬해 4월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사실을 공고하지 않았고, 같은해 6~7월 이를 시정하라는 노동위원회 초·재심 시정명령도 이행하지 않았다. 노조가 사측 대응이 부당노동행위라며 제기한 구제신청과 사측 불복에 따라 이어진 행정소송 1심도 노조 손을 들었다. 노조가 사측에 단체교섭에 응하라며 제기한 단체교섭응낙가처분 또한 인용됐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홍 대표가 부당하게 교섭을 거부한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고소했고 남부지청이 홍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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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노조는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교섭을 거부하고 노조 활동을 방해하며 조합원에 불이익을 가하는 홍범준 대표를 처벌하라”고 했다. 노우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부지부장도 “왜 홍 대표는 헌법 무시, 노골적 교섭 거부를 하고 있는데 어떠한 수사도 기소도 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이 너무나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단체들은 2일 회견을 마친 뒤 노동청에 홍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사진=언론노조

자신의 아이들도 좋은책신사고 문제집을 이용한다는 이미선 진보당 강서양천위원장은 “학습지를 만드는 회사가 법을 지키지 않고 노동자를 괴롭힌다니 고개를 들 수 없다”며 “불법을 저지르는 기업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을 정부기관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여 단체를 비롯한 11개 단체는 ‘좋은책신사고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을 이달 중 발족하기로 했다. 홍범준 대표는 노조 측 주장 및 부당노동행위 고소에 대해 입장을 묻는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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