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개통된 런던 엘리자베스 라인의 지하철역 통로. [사진 영국왕립건축가협회]

‘영국판 GTX’라 불리는 런던의 지하철 엘리자베스 라인(Elizabeth Line)이 올해 영국 최고의 건축물로 선정됐다.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최고의 디자인을 갖춘 엘리자베스 라인을 스털링 상(Sterling Prize)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스털링상은 협회가 해마다 영국에서 준공된 건축물 중 최고의 건축물을 선정해 수여한다. 올해는 지하철 역사 등 건축물이 받은 게 아니라 한 개의 지하철 노선 전체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인 무이와 오키 회장은 “엘리자베스 노선은 도심 교통에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솔루션을 제공했다”며 “이는 건축가가 주도한 협업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엘리자베스 라인은 접근 가능한 대중교통의 룰을 새로 세웠고, 지하철 노선을 넘어 런던에 대한 대담한 새로운 표준을 모든 사람에게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단이 이 노선을 높이 평가한 것은 하나로 통합돼 조화를 이룬 디자인이다. 통풍이 잘되는 플랫폼, 차분한 조명, 안내판 디자인 등 모든 디테일이 승객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 엘리자베스 라인은 전체 노선이 부드러운 흰색의 유리섬유 강화 콘크리트 패널로 덮여 있다. 심사위원단은 “패널 유형을 80개에서 9개로 줄이기 위해 설계를 다듬어 비용과 재료를 절약했고, 정교한 사전 모형실험 등을 통해 공장에서 미리 만든 제품으로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용객들이 모두 눈치챌 수 없지만 조명과 음향에까지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플랫폼 조명은 차분하게, 사람들이 계속 움직이는 통로는 좀 더 밝게 하는 등 섬세하게 조율했으며, 머리 높이 이상에서는 콘크리트 패널에 구멍을 뚫고 소음을 흡수하기 위해 음향 매트를 뒤에 숨겼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가디언은 “경이로움은 런던 중심부를 떠나 지상의 수도 외곽으로 향하면서 사라진다”며 “교외로 나갈수록 역들이 이등석처럼 느껴지는 게 가장 아쉽다”고 지적했다.

총 190억 파운드(한화 34조)가 투입돼 만들어진 엘리자베스 라인은 런던 서쪽의 레딩, 히스로 공항, 중심부 패딩턴, 동쪽의 브렌트우드 등까지 118㎞ 구간을 관통하며, 최고 시속이 120~140㎞에 이른다. 런던 전체 지하철 가운데 가장 긴 플랫폼, 가장 큰 터널, 가장 빠른 열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에 약 70만 명이 이용한다. 실제 한국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엘리자베스 라인을 롤 모델로 삼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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