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병규 기자] 울산이 광역시 타이틀을 반납할 운명에 있다. 인구가 줄어서다. 1997년 100만을 넘어 광역시로 승격됐다. 2015년 정점(117만 명)을 찍었다. 이후 내리막이다.
2023년 현재 110만 명, 정점 대비 7만 명이 줄었다. 인구추계상으론 2040년이면 97만 명이다. 더 이상 광역시가 아니게 될 수 있다.
청년이 떠나서다. 인구가 정점을 찍은 2015년부터 청년(15~34세) 유출은 시작됐다. 1년 동안 7천 명 넘게 떠난 적도 있다. 그렇게 4만 8천 명이 떠났다. 전체 인구감소의 70%가 청년 유출이다. 이 정도면 ‘울산 탈출’이다.
자동차와 조선과 화학 산업을 모두 가진 부유한 도시 울산, 부동의 GRDP(지역총생산) 1위 도시 울산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정규직이 없는, 여성이 꿈을 실현할 수 없는 도시
이제 울산에 생산직 중산층 성공신화는 없다. 울산을 대표하는 두 기업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더 이상 생산 정규직을 뽑으려 하지 않는다. 촉탁직과 하청 노동자만 늘어난다.
연구개발 일자리도 수도권으로 빨려간다. 주요 대기업의 공장은 울산에 남되, 연구개발,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 등 고부가가치 부문은 그렇게 울산을 떠난다. 전문가들은 울산의 ‘생산기지화’를 전망한다.
무엇보다, 울산은 여성이 자립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지 못했다. 변화하지 못한 산업도시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려는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지 못하고 있다. 1997년 50%이던 20대 여성의 비율은 2023년 43%까지 떨어졌다. 청년은 그런 울산에 머물 수 없다. 그래서 울산을 탈출한다.
■ 이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
재생산이 불가능한 도시, 처음에는 울산이라는 지역의 우울한 미래만 보일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산업수도’ 울산마저 버티지 못하는 지역 소멸의 거대한 중력이 보인다.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을 향한다. 그들은 경쟁을 하느라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 악순환은 반복된다. 인구학자는 ‘지역 청년의 수도권 이동’이 저출생의 가장 근본적 이유라고 일갈한다. 경제학자는 저출생이 대한민국 미래를 집어삼킨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역소멸과 저출생이 한 몸으로 얽혀 순환한다. 수도권 집중이 청년을 빨아들이고, 지역을 빨아들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빨아들인다.
<울산탈출>에서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거대한 순환이다. 이 순환의 첫 단추인 ‘울산탈출’을 멈추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KBS 1TV '시사기획 창'은 28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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