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S]

[폴리뉴스 박병규 기자] 만년 설산의 장관을 펼쳐낸 히말라야 아래 가장 깊숙한 곳, 네팔과 티베트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무스탕. 무스탕은 ‘금단의 땅’이라 불리며 외국인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30여 년 전에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달 표면 같은 메마른 대지 위, 비현실적인 풍광이 끝없이 펼쳐져 ‘환상의 트레킹’이라 불리는 무스탕 트레킹. 아득히 먼 과거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듯한 은둔의 낙원, 네팔 루브라 패스로 오름 사진작가 최경진, 프로 스윙 댄서 이해인 부부가 여정을 이어간다. 

카크베니와 종 마을 사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황무지 속을 오직 목적지에 이르고자 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몸은 앞서나간 마음을 모르는지, 고산병 증세로 인해 자꾸만 속도가 더디어진다. 한편으론 답답하고 속이 상하지만, 이 길 너머에서 만날 풍경을 기대하며 잠시 쉬었다 다시 한 발 내디딘다. 네팔에서 트레킹을 한다면 가슴 속에 담아두어야 하는 네팔어, ‘비스따리, 비스따리’. 우리말로 ‘천천히’라는 의미를 지닌 이 말을 되뇌며, 조급해하고 서두르기보다 광활한 자연 속에 천천히 스며들어 본다. 

월동 준비로 분주한 마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종에 닿는다. 티베트어로 ‘요새, 성’을 의미하는 ‘종’은 무스탕 지역에 위치한 작은 마을. 종에서도 사람들의 불심이 느껴진다. 1층은 가축우리나 헛간, 2층은 사람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는 티베트식 전통 가옥 위에 룽다가 휘날리고, 마을 한편엔 오랜 세월이 깃든 마니차가 놓여 있다. 나무 한 그루 자라기 어려운 척박한 땅에 새겨진 사람들의 삶과 문화. 무채색으로 뒤덮인 무스탕에서도 점점이 내려앉은 마을만큼은 활력을 띠며 제빛을 낸다.

종 마을에서 배를 채우고 이어 묵티나트로 향한다. 불교와 힌두교의 성지, 묵티나트로 이어진 길가에 가지런히 줄을 선 룽다. 사람들의 기도와 염원을 담은 룽다가 거센 바람에 더욱 힘차게 나부끼고, 부부는 순례자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긴다. 루브라 패스 트레일은 묵티나트에서 고개 너머의 계곡에 자리한 루브라 마을까지 이어진 구간. 네팔의 수많은 트레일 중에서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편이라, 순수한 태곳적 자연을 즐길 수 있다. 묵티나트를 뒤로하고 이정표를 따라 길을 나선다. 

해발 4,000m에 가까워진 고도와 제법 경사진 오르막에 걸음마다 거친 숨이 따른다. 힘은 들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으며 나아간다. 산허리에 한 줄기 그어진 좁은 길을 지나 마침내 해발 3,976m 루브라 패스에 올라선다.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다울라기리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오고, 발밑으로 지나온 여정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황량한 아름다움을 지닌 대자연의 속살을 누비는 길, 네팔 루브라 패스를 '영상앨범 산'과 함께 만나본다. 2일 오전 7시 10분 KBS 2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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