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75개국의 절반 이상이 부자 나라들보다 소득 증가가 뒤처지면서, 부국과 빈국의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세계은행이 밝혔다. 세계은행은 이를 21세기 들어 처음 나타난 “거대한 역사적 역행”으로 규정했다.

세계은행은 15일(현지시각) 세계은행 국제개발협회(IDA) 지원 대상 75개 국가의 전망과 위험, 정책을 분석한 보고서 ‘거대한 역행’을 발표하고, 가난한 나라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변화 등으로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75개국 중 39개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며, 14개국은 동아시아, 8개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이다. 남아시아에서는 인도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국제개발협회 지원 대상 국가다.

보고서는 소득 증가가 선진국보다 못해 부자 나라와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는 나라들이 눈에 띄게 느는 걸 특히 우려했다. 2020~24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선진국(연 1.2%)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 나라는 75개국의 53.5%인 40개 나라에 달했다. 선진국과 격차가 커지는 빈국의 비율은 1990~94년 전체의 75.6% 이후 꾸준히 줄어 2005~09년 12.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10~14년에는 전체의 29.6%, 2015~19년에는 38%를 기록했다. 2020~24년에는 1995~99년 이후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에서 선진국과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질 걸로 예상됐다.

75개 빈국 전체의 2020-24년 성장률도 선진국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예상돼, 소득 정체 또는 후퇴 현상이 가난한 나라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들 중 3분의 1은 1인당 연 소득이 1315달러(약 184만원) 미만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차석 경제학자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사상 처음으로 격차 축소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들(가난한 나라들)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75개국 전체의 경제 성장률이 1990~94년 이후 가장 낮을 걸로 내다봤다. 성장률은 1990~94년 연 평균 2.3% 이후 2005~2009년 5.6%까지 높아졌으나, 그 이후 다시 꺾여 2020~24년의 성장률은 연 평균 3.4%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75개 빈국의 극빈층은 전체 인구의 26.5%에 달했으며, 이는 75개국을 뺀 세계 평균치(인구의 3.2%)의 8배를 넘는 규모다. 보고서는 “빈국 인구 4명 중 한명이 하루에 2.15달러(약 3천원) 이하의 돈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은 이들 75개국은 젊은층의 인구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세계 주석, 구리, 금 생산량의 20%를 생산하는 데다가 태양열 발전에 활용할 일조량도 풍부해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자금과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는 “세계는 국제개발협회 지원 대상국을 외면할 여유가 없다”며 “이 나라들의 복지는 전세계의 장기적인 번영에 결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세계 경제의 발전소인 중국, 인도, 한국도 한 때는 국제개발협회 채무국이었다”며 “외부의 지원이 있으며 현재의 지원 대상국들도 같은 성과를 이룰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부자 나라들에 올해 연말까지 국제개발협회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가난한 나라들이 부채, 불평등, 기후 위기 등으로 아주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큰 지원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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