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러시아 점령지를 탈출한 후 26일(현지시간) 대피소에 앉아 있는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로미코우스카의 모습. 우크라이나 경찰 제공. AP연합뉴스

100세에 가까운 고령의 우크라이나 여성이 지팡이를 짚고 슬리퍼를 신은 채 홀로 약 10㎞를 걸어서 러시아 점령지를 안전하게 탈출해 가족과 재회했다는 사연이 알려저 화제를 모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동부의 최전방 마을인 오체레티네에 살던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로미코우스카(98)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투가 격화되자 지난주 가족과 함께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군은 이 지역으로 진격하며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포격, 드론, 폭탄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로미코우스카는 “사방에서 총격에 둘러싸인 가운데 잠에서 깨어났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극심한 혼란 속 오체레티네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그는 아들과 두 며느리와도 헤어지게 됐다. 그는 주요 도로를 이용하길 원했지만, 다른 가족들은 우회로를 택했다.

로미코우스카는 한 손에는 지팡이를, 다른 한 손엔 나무 조각을 들고 몸을 지탱하며 하루 종일 걸었다. 물이나 음식도 구할 수 없었다. 그렇게 10km을 걸은 끝에 그는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두 번이나 넘어졌고, 땅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로미코우스카는 “한번은 균형을 잃고 잡초 속으로 넘어졌는데 잠이 들었고 잠시 후 계속 걸었다. 그리고서 다시 넘어졌다”며 “하지만 일어나서 조금씩 조금씩 계속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네츠크 지역 우크라이나 경찰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저녁에 길을 걷던 로미코브스카를 발견해 구해냈다고 전했다. 그들은 최전방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경찰 부대 ‘화이트 앤젤스’에 그를 인계했고, 이들은 그를 피난민 쉼터로 데려간 뒤 가족들에게 연락했다. 덕분에 그는 헤어졌던 가족들과도 며칠 만에 무사히 재회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여성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며 “그는 물과 음식도 없었고, 걷다가 여러 차례 넘어졌지만, 그의 (강인한) 성격이 계속 버텨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1939년~1945년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을 겪었던 로미코우스카는 “나는 그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았고, 이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살아남고 있다”며 “결국 나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은 그때와 다르다. (그때는) 불에 탄 집이 한 채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모든 게 불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 은행 중 한나인 모노뱅크의 올레 호로코우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로미코우스카에게 주택을 기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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