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속 집권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선거캠페인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5∼17일 진행된 대선에서 90%에 가까운 득표로 5선을 확정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2)이 7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열고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오(한국시간 오후 6시)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안드레옙스키홀에서 취임 선서할 예정이다.
식은 의장대가 국기와 대통령기, 휘장, 헌법 사본을 가져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푸틴 대통령의 선서 이후 헌재소장이 취임을 공식 선포한 뒤 푸틴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이어진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이룩한 성과와 러시아의 미래 전망에 대해 연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렘린궁은 취임식에 외국 정상을 초대하지는 않았으나 비 우호국을 포함해 러시아에 주재하는 모든 공관장을 초대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서방국 외교관은 취임식에 불참한다. 미국과 영국은 불참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27개국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고, 7개국은 대표를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선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인 87.28%로 5선에 성공했다. 그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 이후 2000·2004·2012·2018년 선거에서 승리하며 실권을 유지해 ‘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린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식 전날인 6일 군에 전술핵무기 훈련을 지시하며 핵 긴장을 고조시켰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을 담당하는 남부 군관구의 미사일 부대가 공군·해군과 함께 “‘가까운 미래’에 전술핵무기 사용을 연습하기 위해 훈련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훈련 장소와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지시는 최근 서방국 지도자들이 러시아를 자극하는 발언 이후 이뤄졌다. 이달 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자국산 무기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는 6일 피에르 레비 주러 프랑스 대사와 나이절 케이시 주러 영국 대사를 초치했다. 외무부는 별도 성명을 내고 미국이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과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그들(서방국)은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 간의 공개적인 군사 충돌로 확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에 대응해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을 강화하고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 훈련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하며 맞섰다.
서방국과의 대립으로 번진 우크라이나전이 2년 넘게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취임하는 푸틴 대통령은 동요를 잠재우고 전쟁을 지지하는 여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국주의 교육과 선전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옥중 사망, 크로커스 시티홀 테러 등 내부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반정부 세력 색출, 언론과 인터넷 통제 등 조처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시작으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우마로 시소코 엠발로 기니비사우 대통령,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 등 러시아 우호국 정상들과 차례로 만나며 반서방 연대를 견고히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임기는 2030년까지 6년간이다. 푸틴 대통령이 2030년 대선에도 재출마하면 2036년까지 사실상 종신 집권의 문이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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